음..
(2023.1.1일 기록)
타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잠시 귀국해 있던 모씨의 아들 모군은 2022년 12월 31일 토요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오후 4시3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좀 밍기적거리다 공항버스를 타러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마침 토요일 오후였던지라 아들은 부모가 인천공항까지 태워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집앞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겠다고 나름 어른스럽게 우겼다. 엄마는 아들이 버스타고 떠나는 모습이나마 지켜보며 손이라도 흔들어주겠단 생각으로 바로 아들 뒤를 따라 나섰지만 그를 공항버스 정거장에서 발견할수 없었다. 이상하게 여긴 엄마가 아들에게 전화를 하자 엉뚱하게 큰길 건너 반대편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룰루랄라 앉아있던 아들이 멀리서 엄마를 발견하고 허둥지둥 길을 건너왔다. 정신좀 차리라고 등짝 스매싱이라도 해줄까 하다 겨우 참아낸 엄마는 억지웃음까지 지어 보여주며 아들이 탄 버스를 배웅했다. 그러고 나서 한시간쯤 후에 다시 아들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왔다. "엄마 여기 대한항공이 없다는데요. 다른데로 이사갔나?" 평소 허술한 아들이 염려스러워 아빠는 며칠전부터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타야 한다고 거듭 주의를 줬건만 그의 아들은 "제가 공항 한두번 가보나요?"라고 나름 자신감을 보이며 아빠의 우려를 잠재웠다. 그러던 놈이 결국 제1터미널에서 보란듯이 버스를 내리고 공항에 대한항공이 없어졌다고 엄마에게 알려 온 것이다.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아빠가 진심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서 엄마에게 물었다. "그새끼 정말 대학생 맞는거야?" 아들은 결국 인천공항을 빙빙도는 셔틀버스를 잡아타고 대한항공이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앉아있는 제2터미널로 또 허둥지둥 옮겨가야만 했다. 비행기 탑승시간이 임박해오자 여전히 못미더운 아빠가 아들에게 다시 전화를 해봤다. 바로 눈앞에 타야할 대한항공 비행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좀 안도한 후 아빠는 아들에게 그런데 왜 아직까지도 한국 전화를 사용정지하지 않았냐 질문했다. "아 맞다. 이거 정지해놓고 가야 하는 거였죠!"
아빠는 차라리 아들이 행여 여자친구에라도 푹 빠져 이렇게 살고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번 생각해 봤다. 결국 아들의 반쪽을 만든 귀책으로 평생 흐릿하게나마 연대책임을 져줘야 하는 불리한 입장에 놓인 아빠는 그나마 아들이 건강한 몸뚱아리라도 갖고 있는게 어디냐고 마음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