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조용필

by duke j

어릴때 온통 이사람의 노래를 들으며 컸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관통하며 공부네 머네 다 뒷전으로 밀어냈다. 흉내라도 내보고 싶어 어머니의 울음섞인 만류에도 악기를 집에 사들여 어설프게나마 따라 연주했다. 겨우 드문드문 떠올라 오는 오래된 기억들 이면엔 언제나 그의 노래가 tag 되어 있다. 가끔 그가 부르던 트롯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끝까지 그를 향한 경외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당대 최고의 연주자와 음악가들을 바다처럼 품어 안았다. 유명세로 벌어들인 돈을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 사유화하지 않고 오로지 더좋은 음악을 위해 다 쏟아 부었다. 내또래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직업 대중 음악가들의 교본이었고 내겐 현실을 잊게해준 꿈의 일부였다. 어찌 존경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적성에 안맞는 숫자일을 시작해 정신이 반쯤 나가있던 즈음 대학후배 나현O이 그의 매니저로 일한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놈이 진심으로 부러웠고 당시의 내 처지가 안쓰러웠다. 시간이 많이 흘러 나도 나이 들었고 그는 이제 더 늙었다. 어릴땐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엔 그의 노래를 들으며 가끔 눈물도 흘린다.


몇해전 아껴 마지않는 이원석이 복면가왕에서 그의 노래 슬픈베아트리체를 불렀다. 학교에서 어울리며 동시대를 살았으니 내가 그를 생각하는 거나 몇살 어린 원석이가 그를 생각하는 거나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후배가수는 어떤 기교도 드러내지 않고 어떤 욕심도 부리지 않았다. 원작자에 대한 존중이 오랜동안 준비했을 그 짧은 노래 안에 다 담겨 있었으리라. 주로 차를 운전하며 듣는 내 음원 리스트엔 슬픈 베아트리체가 2곡 있다. 하나는 언제나 애틋한 마음 가득한 후배 원석이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전한 나의 우상 그의 것이다.


#조용필 #이원석 #데이브레이크 #슬픈베아트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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