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끼는 사람

이원석

by duke j

(2023.3.5일 기록)

어릴적 소심한 사내아이였던 나는 남들 앞에서 눈믈을 보이면 고추가 떨어져 나간다는 어른들 말을 사실로 믿었다. 꼬마일때 생긴 그 믿음은 어느덧 다큰 뒤 나름 짤려지기 쉽지 않아보이는 굳건한 신체구조를 몇번이고 다시 확인한 이후에도 트라우마처럼 머리속 한구석을 지배했다. 심지어 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거의 울지 않았다. 거의라 말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장례식때 한두번 울음이 터져나왔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트리거는 분명했다. 담담하던 마음은 꼭 어릴적 같이 고생하고 근심을 나누던 친구나 선후배와 마주칠때 무너졌다. 잊고 지우려던 어린 시절에 대한 연민들이 그때를 같이하던 이들과의 조우에서 눈물로 쏟아져 내린거다.

오늘 저녁 그간 미디어영상과 디지털음원을 통해서만 활동을 지켜봐오던 오랜 지인이 소속된 밴드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장 맨뒤 진행부 콘솔 옆으로 예약해둔 좌석에 철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가벼운 마음만 갖고 앉아 그가 노래하는 걸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옆에 앉은 처에게 들킬까 주섬주섬 썬글라스를 찾아 쓰고서는 아예 펑펑 울기 시작했다. 가창이나 연주실력이나 사운드나 무대구성이나 우리가 해내던 대학밴드의 공연과는 비교할수 없는 수준이었다. 내가 알던 그 대학생 아이가 이런 프로페셔널 가수가 되기까지 그 길고 험난한 여정에 얼마나 많은 좌절이 있었을지 또 그걸 이겨내 보겠다고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싸움을 계속해 왔을지. 내가 살며 겪었던 엇비슷한 일들을 이사람도 그렇게 다 겪어냈겠구나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을 비워낼수 없었다. 나이든 남자는 눈물이 많아진다. 그리하여 요즘엔 옛날 옛적에 너 울면 머 떨어져 나간다는 할머니 경고가 어찌어찌 맞아간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쨌든, 오늘 저보다 더 젊은 관객들 앞에서 어설픈 말주변 드러내 가며 혼신을 다해 노래하던, 이미 세상에 나선지 오래된 한 가수와 이제껏 그의 곁을 지켜준 빛나는 동료들에게 앞으론 더 꽃길만 계속되길, 이 음악가들이 더 높은 시선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나아갈수 있는 길이 하루 빨리 열리길 항상 기원하고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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