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목걸이

프랑스보석상

by duke j

(2023.11.8일 기록)

90년대 중반 지금의 압구정로데오역에서 학동사거리 방향 길가 왼편 한 낮은 건물에 들어가 있던 어느 명품 시계브랜드 한국지사의 결산감사에 참여했다. 그런게 있다는 것만 알고있던 시절 보통 3백만원에서 5백만원 대에 팔리는 시계들이 as를 위해 쌓여있는 모습을 보며 가난한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고 더구나 그게 작은 시장이 아니란 사실에 놀랐었다. 참고로 당시 서둘러 학위를 마치고 의대 예과 학생들에게 생리학을 가르치던 집사람과 내가 결혼예물로 교환했던 쇠로 만든 얇은 스위스 시계는 30만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어찌하다 돈이 좀 생긴후 주위를 둘러보니 그집 시계는 명품이라고 하기엔 다소 애매한 위치에 있었지만 그렇다고 졸부들 구색에서 아예 빠질 정도는 아니어서 할일없이 백화점에 들를때는 가끔 매장에 들어가 직원들이 권하는 것들을 사오기도 했다.

몇해전 그집에서 남들이 보면 남미 조폭들이나 목에 걸 법한 초록눈의 고양이과 맹수가 매달려있는 무거운 금목걸이를 새로 냈는데 오히려 특이하다 싶어 구입 했었다. 문제는 그 목걸이가 처가 목에 걸고 나간 날 바로 목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거다. 잃어버린 곳으로 추정되는 한 쇼핑몰의 고객센터에 전화해보니 매장 어딘가를 걷던 처의 옷 아래로 그 목걸이가 흘러내리는 게 cctv에 찍혀있고 그 자리에서 30대 아줌마 둘이 떨어져있는 목걸이와 작은 부품까지 다 주워서 고객 센터에 유실물을 취득했다고 신고한 후 그걸 직접 가지고 갔다는 사실과 그 아줌마들이 남긴 연락처까지 전해 받을수 있었다. 습득자들을 만나 사의를 전하고 목걸이를 돌려 받은후 이러한 사실을 그 목걸이를 판 매장 직원에 알리자 바로 본사 담당이 업무를 인계받아 새로 연락해 왔고 as센터에서 조사를 해봐야 하니 실물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수일 후에 알려진 조사 결과는 접합부분 불량이었다. 문제는 하나가 더 있었다. 그 목걸이를 발견해 돌려 줬던 아줌마들에게 처가 고맙다고 이미 100만원을 송금해 줬었는데 그녀들이 인터넷에서 가격을 찾아 보고는 자기네가 사례를 훨씬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거다. 먼 소린지 다시 물어보니 유실물법인지하는 법에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면 적어도 그 물건값의 5% 이상을 사례해줘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거였다. 과거 길바닥에서 지폐 덩어리가 한가득 담긴 가죽가방을 발견했어도 근처 식당에 들어가 누가 떨구고 간거 같다고 맡겨놓고 그냥 나온 내가 바보였다. 결국 이래저래 어이가 없어져 그 목걸이 회사에 기존에 처가 부담한 100만원까지 포함해 습득자가 주장하는 사례금 전액을 다 지불해 달라 요청했지만 회사 담당자 대답은 그같은 전례가 없어 그 대응까진 어렵겠다는 거였다. 혹시 우리가 목걸이를 부실하게 관리해서 벌어진 일인거냐 물어보니 그건 또 아니라 했다. 사람이 만드는 거라 공정상 실수가 있었다는 거다. 판매직 인센티브가 없을리 없어 그간 그집에서 일하는 한두 직원에 몰아주지 않고 여러 판매직원에게 물건을 나눠 사온 것도 문제였다. 그 회사 사장을 알만한 사람을 수배하면서 방송일 하는 놈들에게 말해보니 회사측에 일단 알아보고 바로 취재기자를 붙여 주겠다고 했다. 그보다 더 빠르고 실질적인 도움은 가까운데서 나왔다. 나라를 넘어서는 셀럽 고객 풀을 가지고 있던 뷰티회사 대표가 그 얘길 쭉 들어보더니 "그래서 머 화가 난 거야? ㅎㅎ 얘기 한번 해볼께요" 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가 먼소리로 목걸이 회사에 협박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며칠이 지나자 회사 담당자가 다시 연락해 와 모든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며 그간 번거롭게 해 미안하단 말을 했다. 돈주고 호구되는 경우는 많지만 그것도 먹고 살기 바빠 어쩔수 없는 사람들에게나 당해야지 나보다 비교도 안되는 부자한테까지 바보가 되어줄 순 없는 일이다. 꼭 이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엔 소비자원이란 휼륭한 조정기관이 있으니 우려할 필욘 없다.

결과적으로 녹색 눈의 점박이 맹수가 달려있던 무거운 금목걸이는 훨씬 작고 팔다리가 가는 옹색한 표범이 매달린 다른 목걸이로 대체된 후 한국의 모든 백화점 매장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며칠전엔 그집에서 산 처의 네모난 시계가 멈춰 있는걸 발견하고 배터리를 갈아 달라고 가져 갔더니 새로 온듯한 당찬 직원이 또 돈을 내라고 했다. 다행히 지나던 점장이 시계 속 청소까지 다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받아줘서 고맙게 맡기고 나왔다.

#유실물법 #소비자원 #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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