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청소

바보 취급당하는 사람들

by duke j

(2024.5.31일 기록)

#시계수리 #시계오버홀

유튜브 돌려 보다 r사에서 산 시계 내부를 청소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백화점 담당 직원에 전화해 봤다. 남들 찾는 게 아니어서 그 가게에 내놓은지 몇달이 지나도 안팔리던 걸 밀실로 따로 불러 사달라고 해서 산 시계라 (그 시계 회사는 한국에 다수의 수입업체를 두고 있어 백화점마다 각기 다른 판매상들이 들어가 있는데 그런 실용성 떨어지는 시계를 빨리 잘 팔아 치울수록 들여오는 족족 바로 팔려나가는 쇠로 만든 시계들을 더 많이 받아올 수 있다고 판매사원이 말해줬다.) 나는 내심 "당장 가져 오세요. 공짜로 해 드릴께요" 란 말 나올지도 모르겠다 기대했었다. 웬걸. 공식적으로 뚜껑 따서 바람으로 먼지 좀 날려주면 우선 기본 청소비 120만원부터 시작할 거라고 해 맘이 먼저 닫혔다. 며칠전 자주 오가는 시청 뒤 무교동 초입에 시계 수리점이 있어 들어가 물어보니 금액이 50만원으로 확 줄었다. 미리 전화로 문의해봤던 다른 업체와 같은 가격이었다. (난 10만원 넘어가는 딜은 2nd, 3rd opinion까지 구해 본다. 일없는 노인네 소일거리가 이런 거다.) 하필 그날 다른 시계를 차고 가는 바람에 바로 맡기질 못하고 하루 이틀을 넘겼는데 오늘 마침 그 시계를 찬 채 따릉이로 종로를 배회하다 종묘 건너 세운상가 입구 우측에 시계 장인이 직접 운영한다는 무궁화 마크가 선명한 수선집이 보여서 한번더 들어가 봤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수습으로 보이는 40대 초중반 쯤 된 직원이 무언가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고선 바로 옆에 앉은 장인이란 사람에게 내가 건낸 시계를 넘겼다. 1분여 지났을까 드디어 그 나이든 장인이란 사람이 내 앞으로 나서선 또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길게 꺼내놨다. 한때 똑같이 몸 팔고 시간 팔아 먹고 살아본 전직 기술자로서 나는 잘 안다. 기술자가 말이 구구하면 사이비일 확률이 높다는 걸. 고객을 눈앞에 세워 놓고 그렇게 기인 말을 해야 한다는 건 별 차별성 없는 서비스의 가치를 한껏 끌어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거나 혹시 나올지 모르는 어설픈 결과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 넓은 여지를 만들어 놓기 위한 초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눈에 봐도 무조심스러워 보이는 내게 그는 이런 시계를 차는 사람들이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 같은 걸 나열하며 힐난까지 했다. 살아온 생의 상당한 기간 동안 서민이었고 그 기간 동안 부자들이 챙겨주는 수수료로 생활해 온 나는 내게 돈을 주는 사람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요컨데 어설픈 꾸밈으로 본질을 뒤로 숨기고 돈주는 사람을 기망하면 안된다. 그는 시계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기계에서 나왔다는 읽을 수 없는 수치와 그래프를 가지고 내 물러빠진 시계가 하루에 5분이나 늦게 가고 있으니 지금 당장 수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집에서 먼저 쟀을땐 하루 2초 차이 나던 시계가 갑자기 게을러진 거다. 내가 그 가게에 자주 왔던 손님 같아 하는 말이라며 특별히 할인한 90만원에 이 허접한 시계를 본인이 직접 청소하는 은전을 베풀겠다 그가 제안해 왔을때 내 입에 실같은 웃음이 번지는 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그 시계 말고도 곧 청소 주기가 도래하는 금시계가 몇개 더 있다고 하자 장인은 더 장황한 말로 본인의 업력을 설명하며 그 형편없이 늦게 가고 있다는 시계를 움켜 쥐고 한동안 내게 돌려주질 않았다. 마침 한 할아버지가 들어와 낡은 시계의 배터리를 갈아 달라고 요청하자 옆에 서있던 수습이 배터리 하나 갈더라도 시장 가판 수리점에 맡기면 큰일 난다고 할아버지를 협박했다. 접객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둬야 할 진리로 고객 앞에서 경쟁자를 폄훼하는 업자처럼 천박한 건 없다. 넘겨줬던 시계를 어렵게 되찾아 집에 돌아오며 어쨌든 그런 시계들을 사는 사람들이 어쩜 상인들에겐 이래저래 좀 바보로 보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계장인 #시계수선기능장 #rolex

작가의 이전글표범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