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쓰
작은애가 초딩일 때는 우리가 서울근교의 산밑에 있는 집에 살았다. 나중에 또 양평집을 지어주게 되는 아르키움 김인철 교수가 건축 입문 초기에 설계한 복층 구조의 집합주택으로 2층 아이방 테라스에선 뒷산의 숲과 툭터진 하늘을 온전하게 다 바라볼수 있던 예쁜 집이었다. (참고로 연예인 이웃이 흔하던 그집은 몇해전 전국 아파트 시세가 다 서너배씩 올라가던때 마침 사겠다는 어느가족이 나타나줘 그사람들이 원하는 가격에 맞춰 넘겨 드렸다. 15년간 보유했다는 집을 그 난리통에 진짜 손해보고 파신게 맞냐고 나중에 국세청 직원에게 전화까지 왔다.) 다시 그집에 살던 옛기억으로 돌아와 보자면, 둘째놈이 초딩 때였으니 그땐 내가 놈보다 키가 컸었고 그래서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어떤 비밀을 어느날 놈이 알아채고는 깜짝 놀라했다. 2층 복도에 기대어 아랫층 거실을 내려다 보고 있던 놈이 계단 밑을 서성이고 있던 내게 느닷없이 고함을 질렀다. "악.. 아빠. 머리가 없어요." 사실 내 머리숱이 그리 많지 않은 건 머리털 난 이후부터라 그날의 내 머리상태도 원래부터 그랬던 그대로였다. 오히려 어릴때의 머리숱이 40까지 잘 유지되어온 거였는데 정수리 위에서 지아빠 머리의 실상을 처음 확인한 놈은 충격이었나보다. 그런말 함부로 하면 나쁜 놈이니 앞으로 남들 앞에선 절대 말하지 말라고 살짝 엄포 겸 협상을 제안해 봤지만 놈에겐 씨알도 안먹혔다.
머리카락 얘기가 나오면 또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어릴때 키보드를 연주하던 볼록 나온 배를 가졌던 그 아이는 30대부터 확 빠지기 시작한 지 머리를 스스로 보다 못해 어느날 머리칼 이식을 하고 나타났다. 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놈은 영어학습 오디오 녹음기사로 처음 일을 시작한 후 어느순간 트롯가수 녹음이나 선거 캠페인송 녹음도 하더니만 나중엔 번듯한 대중 가수의 음반 녹음에도 참여했고 나이들어 한동안은 지금은 대기업에 넘어간 클래식음악 pp 채널의 사장을 맡아서 해왔는데 수년전 만나보니 그간 시원했던 머리를 그리 답답하게 채우고 나타났던 거다. 당시 놈에게 내가 전해들은 문제는 특정부위에 머리를 심은 후에 다른 부위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심어 놓은 머리만 빈들의 억새처럼 남게 된다는 거였다. 아.. 이런 놈이 하는 이런 얘기를 내가 의자에 등 기대고 앉아 조용히 들어주고 있는 이런 서사가 바로 사람이 늙어간다는 거로구나..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샤워하고 머리를 말린후 문득 고개를 조금 숙여 거울에 머리를 비춰보니 놀랍게도 정수리 부분 머리숱이 더 빈약해진 듯이 보였다. 원래 그러했던 정도에서 조금더 머리카락을 잃어버린 느낌, 예를 들면 나중엔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나쓰가 되어 갈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
먼저 식모한 그 유경험자 놈에게 전화를 해볼까 말까 그래도 한 30분 정도는 생각해 봤었던것 같다.
#탈모 #모발이식 #식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