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소리로 써선 안되는 노래

헤이즈

by duke j

지금 전화 벨소리로 쓰는 음악은 비틀스의 woman 이다. 전엔 girl이었고 때론 롤링스톤스의 as tears go by나 angie, 아델이 리메이크한 make you feel my love, 토토의 i ll be over you나 rosanna도 썼고 리차드보나의 bisso baba란 곡도 썼었다. 다 느리고 조용한 노래들인데 공공장소에서 전화가 올때를 생각해 거부감 덜한 걸 고른 결과다. 그 몇개 안에서 계속 돌려쓰지만 이미 사용해 봤던 음악 중 단 한곡만은 더이상 쓰질 않는다. 전화가 오면 바로 받아야는데 벨소리로 흘러나오는 그 노랠 듣느라 전화를 안받고 미적거리는게 문제였다. 바로 헤이즈의 '내맘을 볼수 있나요'다.

나는 애들 결혼식에 초대받는 걸 싫어한다. 내겐 매우 어색하고 가끔은 불편한 자리다. 불편한 경우는 딸년이든 아들놈이든 내가 좀 내막을 아는 애들이 결혼할 때인데, 결정적으로 식이 끝나갈 무렵 내 지인인 지 부모들에게 신랑 신부가 절을 할때 문제가 생긴다. 그걸 바라보다 결국 내 눈물이 갑자기 터져 버리는 거다. 몇달전 그런 이유로 정말 가기 싫었던 선배 딸년의 결혼식이 있었다. 신부의 아빠는 내 대학 선배로 태어날 때부터 한량이었다. 그와 내가 그리 오랜 기간 인연이 끊이지 않았다는 건 그가 분명히 내 삶의 귀인이란 의미일 거다. 살다 보면 세상의 파고가 사람의 기질을 용인하지 않는 상황들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생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나는 그이의 힘든 역정을 지켜봐 왔고 이야기만으로도 애틋했던 그의 딸아이들 소식도 전해 들었다. 결혼한 아이는 아빠의 딴따라 기질을 물려 받아서인지 고2때 시작한 음악 공부만으로 모교의 작곡과에 입학했고 현재는 대중 음악을 업으로 삼는 프로페셔널 뮤지션이 되어 있다. 같은 분야 일을 하는 친구를 만나 곧 결혼할 거란 소식을 오래 전에 아빠에게 처음 전해 들었을 땐 이유 모를 서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식이 끝날 무렵 애들이 부모에게 인사하러 다가가니 어김없이 또 내 눈물이 터졌다. 이번엔 한번 맘먹고 참아 보려다가 끝내 이겨내질 못한거라 고갤 숙일 시간도 없었다. 냅킨으로 얼굴을 가리고 안경 너머로 흘러 내리는 눈물을 막아 봤지만 어깨가 움직이는 건 어쩔수 없었다.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날 신랑과 신부를 소개시켜 준 커다란 인연으로 그 자리에 빠질수 없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세상에 얼굴 다 알려진 가수가 열린 장소에서 그리 울어 젖히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었다. 바로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헤이즈 장다혜 양이었다. 따듯한 가슴과 솔직한 용기를 같이 갖고 있으니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자기를 다 드러내 보일수 있었으리라. 그런 축축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한량 형만은 언제나 그래왔듯 그 무심한듯 담담한 태도를 끝까지 지켜냈다. 모르겠다. 그 인간이 사람들 다 떠나 보낸 후 구석에 혼자 남아서도 그리 처연할수 있었을지는. 결국 그날 문제는 나였다. "얘 지금 우는 거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선배 누나의 질문에 누구 하나라도 조크로 받아 줬으면 그나마 수습이라도 해봤을텐데, 딴따라 노인네들 그날 따라 다들 암말도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 눈물 거둬 내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아름다운 노래, 헤이즈의 '내맘을 볼수 있나요'. 벨소리로 불현듯 이노래 전주가 들려오면 듣기를 멈추고 바로 전화를 받을수 없었다. 애초에 그런 용도로는 써서는 안되는 노래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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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gi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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