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는걸 기억하는 사람들

아버지와 어머니

by duke j

(2022.12.2일 기록)

은퇴한 왕년의 스타 운동선수 선후배들이 나와 노닥거리는걸 찍어놓은 비디오클립을 보면 꼭 나오는 말들이 있다. 그중 선배가 난 그때 후배들 정말 안괴롭혔어, 그러면 다른쪽에 앉은 후배가 원래 때린놈은 기억 못해요.라고 한다. 삶의 이치가 그런듯 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 반대가 항상 성립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결혼하고 어머니를 찾아가니 별 맥락없이 그녀가 날 마지막으로 매로 때렸던 기억을 추적추적 꺼내 말해주는 거였다. 내가 국민학교 4학년 때였는데 무언갈 잘못해 마당에서 빗자루로 내 허벅지를 때렸더니 내가 그 매를 붙잡고 엄마 이젠 그만 때리세요. 라고 하더란다. 그 이후로 다신 내게 매를 안들었다고 한다. 물론 난 어머니에게 정말 시도때도 없이 엄청 많이 맞고 자랐다. 그중 마지막으로 맞은게 머 대수라고 도대체 기억할수도 없는 그 사소한 일을 어머니는 그후에도 왜그리 몇번이고 말을 하고 싶어했던 건지 그땐 잘 몰랐다.

미국에 가 있는 아들 둘을 때렸던 기억이 내게도 있다. 횟수론 몇번 안되지만 그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오늘 아이들 둘과 각각 카카오 전화를 하며 그 이야길 꺼냈다. 할머니 얘기도 하고 할머니가 기억에서 못지우듯 아비도 너희를 때린 기억을 못지우겠다. 너희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면 용서해 주었으면 좋겠다. 느닷없이 가슴이 먹먹해져서 말이 잘 안나왔다. 다행히 듣고있던 아이들 반응도 오래전 어머니 앞의 내 그것과 그닥 다르지는 않았다. 먼 쌩뚱맞은 소리냐고.

가해자가 분명히 기억하고 회한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는 먼소리냐고 되묻는 기억들이 우리 삶 안엔 분명히 있다. 어쩌면 피해자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가해자를 더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관계에서만 가능한 그런 기억들 말이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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