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술가로 불리길 원하는 사람

유시민

by duke j

(2025.6.27일 기록)

사법부 일을 하던 인척 한분이 돌아가신 지도 이미 3년이 지났다. 장례식장에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각기 모여들었는데 바로 며칠 후에 선거를 치러야 했던 보수의 대선 후보나 진보 정권에서 선임됐던 대법원장 같은 이도 시간 보내다 갔다. 다 같은 대학 나온 선후배들로, 정치인은 같은 집안 사람이자 고딩 1년 후배이기도 하다 했고 법관은 사법시험 동기라 했다. 모두 알다시피 이미 몰락해 바닥으로 돌아간 그 고딩 & 대딩 후배란 정치인 옆에 지난 3년간 서있던 다른 고딩 & 대딩 선후배란 유력가들이 지금, 또는 이제부터라도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될지 생각해 보면 사실 아찔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매우 이질적인 또다른 조문객 중 한명은 과거의 학생운동가이자 지난 정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던 진보진영의 유명한 시사평론가로 요즘은 저술가로 불리길 자처하고 있는 바로 그사람이었다. 그 유명인이 한때 상업방송으로 세상에 나서기 시작할때 고인이 사적으로 방송 내용과 관련된 법률자문을 해줬던 모양이다. 오늘 시골집에서 잠깨 일어나 유튜브 열어 오타니 쇼헤이 야구게임 검색하다 보니 그 유명인이 이젠 정치와 관련된 언급이나 시사평론을 안하겠다 말했다는 썸네일이 옆에 떠 있었다. 아무리 아닌척, 꿋꿋하게 살아오는 척 했겠지만 이제 지칠만도 할 거다. 그이도 국민이 국가에, 그 국가와 한몸이라던 독재자에 목숨 바쳐 충성해야 한다고 배우고 자란 나보다 더 늙은 사람인데 국가나 위정자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더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이상한 말 꺼내놓고선, 어릴때 그런 불순한 말이라곤 들어본적 없다는 우리 주변 애국자들에게 수십년간 욕 얻어먹고 저주 받으며 살아오기가 그리 쉬웠겠나. 요 몇주는 좀 잠잠했지만 광화문 인근 어디에선 "이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하는 군가가 시도때도 없이 스피커로 반복재생되던 게 최근 몇년이었다.

이제 좀 쉰다한들 누가 머랄까 싶습니다. 행여 가지고 있을지 모를 마음의 빚도 좀 덜어내고 남들 보란듯 행복하게 더 잘 사는 모습만 보여준다 해도 이제 누가 머랄까 싶어요.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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