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다 비슷해지는 사림들

by duke j

(2023.8.1일 기록. 몇해 사이 이젠 아예 생필품 같이 됨.)

창투사 투자를 받아 사업을 잘키워 코스닥시장에 상장까지 시킨 pg사의 사장과는 바닥에서 고생하던 시절부터 서로의 처지 비웃으며 커피한잔 두고 노닥거리던 사이였는데 오래전 그 회사가 최대주주로 참여한 컨소시움이 판교에 저가의 땅을 불하받자 그 위에 건물을 지어올릴 시한부 시행사의 회계감사를 내게 맡겼다. 지금은 신도시의 명소가 되어 있다지만 그 spc의 초기 사무실은 강남의 어느 전철역 부근 어느 호텔 옆 낡은 빌딩의 방 하나에 불과했다. 전화로 인사를 나눈후 실무 사장과 첫 업무 미팅을 하기 위해 회사를 찾았는데 도대체 그 건물은 층별 테넌트조차 로비에 내걸어놓지 않았고 듣고선 바로 까먹는 기억능력 탓에 예를 들자면 3층에서 내려야할 엘리베이터를 내가 5층에서 잘못 내리게 되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그 당시에도 이미 돈버는 재주 밖에 없단 걸로 소문나 있던 어릴적 친구놈과 그야말로 눈이 딱 마주쳤다.

모 종합병원 성형외과 과장을 하다 독립했던 놈과 나는 서로를 알아본후 바로 동시에 같은 말을 읊조렸다. "너 이새끼 여기서 머해.." 나는 층수를 헷갈려 잘못 내린 거라지만 그놈이 서있던 배경도 내겐 납득이 안되는 분위기여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성형외과 병원이란 게 가지는 그 인공미 넘치는 인테리어가 있지 않나. 그런거 전혀 고려치 않은 그냥 사무실 같은 공간에 놈이 가운만 걸치고 서 있었던 거다. "이거 머 간판도 없는게 병원이야?" 라고 내가 묻자 놈이 대답했다. "간판있는 데는 대놓고 못들어오는 분들도 있잖아. 이미 예쁜 걸로 떼돈 벌고 있는데도 더 예뻐지고 싶어서 몰래 이런데 찾아야 하는 사람들.." 당시만 해도 약간의 비밀이 유지되야 하는 우리가 모르는 메타버스 속 또다른 세상이 있었던 거다. 놈은 후에 그 호텔옆 임차건물을 나와 인근의 땅을 사 지 성씨가 들어간 성형외과와 피부과 병원을 지어 개원했고 가지고 있던 유일한 특기를 살려 계속 더 부자가 되어 갔다. 최근에는 코로나 시국에 최대 수익원이던 중국 손님들이 끊겨 수십억 적자 감수하고 있다고 엄살까지 부렸지만 성형공장 재개되었으니 다시 잔고 채워넣는 건 일도 아닐거다. 그런 놈에게 만에 하나 내가 동안시술 같은거 받는다면 어딜 건드려야겠는지 한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놈의 대답은 "넌 필요 없잖아"였다. 필요 없을만큼 아직도 철없어 보인다는 건지 해봐야 이미 안될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건지 아니면 살면서 필요한 일이 아니란 건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놈이 사람들 턱뼈 깎고 뱃살 흡입해야할 시간 됐다고 날 내쫓아 더 말을 듣지 못했다.

강남바닥 돌아다니다 보면 방금 지나친 눈매를 그대로 가진 사람이 바로 앞에 다시 나타난다. 코로나 시절 마스크를 씌워 보니 그야말로 다 똑같이 생긴 사람들 아니던가. 다 그놈 같은 공장장들이 만들어낸 표준화된 수술기법이 낳은 결과다. 무언가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 변신이 필요한 걸텐데 다 엇비슷해진 사람들끼리 경쟁해 별다른 무얼 얻어낼수 있다는 건지 항상 궁금했다. 돈내고 아플대로 아픈 후에 남들과 모습이 엇비슷해지는 걸로 자기만족을 찾는거다라고 말하면 좀 웃기지 않겠나. 결국 업자들 문제라고 해야 끝이 편해진다. 같은 공정을 돌리더라도 조금씩은 다른 결과가 나올수 있게 창의를 보여 줘야는데..이과출신 애들이 그런게 좀 문제다.

#성형 #성형외과 #천편일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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