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부지런한 사람

모질고 게으른 사람

by duke j

(2023.6.2일 기록)

점심 먹으러 나오기 전 거실을 오가다 티비 안에서 정장을 입고 쪼그려 앉은 유재석이 덩치큰 사람을 앞에 두고 우느라 말을 못하고 있는 장면을 잠깐 지켜봤다. 출연자가 퀴즈 맞추면 돈주는 바로 그 프로그램이었다. 카메라 밥이 몇년인데 그인간 아직도 사람 불러다 앉혀놓고 혼자 울고 있었을까 해서 주문한 점심 기다리며 유튜브를 찾아봤다. 섭외된 화자는 김민재와 닮아 이태리에서 유명해졌다는 그 40대 축구심판이었다. 철든 이후 매일 4시에 일어나 우유배달, 신문배달, 택배기사, 조경시공, 대리운전, 건설노역 등 안해본 일이 없고 그런 일들로 가까스로 모은 돈 1억원을 사기를 당해 날린후 다시 바닥에서 생계를 시작했단 자기 이야기를 술술 꺼내놨다. 결혼후 생긴 세 아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생업과 축구심판 일을 번갈아 하다가 최근엔 다행히 안정적인 급여가 보장된 환경미화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루틴은 계속되고 있으며 환경미화 일이 끝난 오후엔 2시간여 택배 일을 더 하고 있고 남은 시간을 써서 본인이 하고 싶은 축구심판을 위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 사는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어릴때부터 항상 그래와서 힘들다는 생각이 안든다는 말에 유재석이 울컥해 하는듯 보였다. 녹화장에 쫓아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냐고 질문하자 초딩으로 보인 아들이 대답했다. 아빤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그말을 듣고서 유재석이 아예 대놓고 울기 시작했다. 옆에서 조세호가 상황을 주워 담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가진 시간을 다 써서 온몸으로 일해 온, 오랜시간 같은 진동폭을 갖고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서 공명이 일어난 거다. 주문한 밥이 나와 유튜브를 끄며 옆에서 훔쳐보던 처에게 물어봤다. "우리 애들은 날 머라고 할까?" 내 감성어린 질문에 수학2를 배운 처가 바로 답했다. "모질고 게으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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