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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원스> 후기 및 리뷰

사랑의 완성은 때때로 이별일 수 있다.

by Just Be

뮤지컬 <원스> 그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던 날


어느 늦은 밤, 텅 빈 거리의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기타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누군가를 향해 울립니다.


그 노래는 고독하고 쓸쓸하지만, 어딘가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 순간, 길을 걷던 여자가 그의 노래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2025년 다시 막을 올린 뮤지컬 <원스>는 오래된 필름 사진처럼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단출한 무대와 소박한 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은 떨림조차 놓치지 않게 만들며, 두 사람의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합니다.


뮤지컬 <원스>는 마치 한 편의 시와도 같습니다. 이 작품은 두 남녀간 사랑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과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의 다양한 모습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관계의 의미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두 사람이 만나,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어느새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으로 이어지며, 끝내 그들의 삶에 의미있는 순간을 남깁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에게 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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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원스> 줄거리 요약


뮤지컬 <원스>는 두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더블린의 거리에서 시작됩니다.


남자는 한때 가수가 되기를 꿈꿨지만, 과거의 사랑에서 깊은 상처를 받고 아버지의 청소기 가게에서 수리공으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타를 연주하며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그의 목소리에는 과거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어느 날, 남자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된 여자가 다가옵니다. 그녀는 체코에서 온 이민자로, 꽃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녀는 남자의 노래에서 묻어나는 진심을 느끼고, 그를 향해 다가가 말을 겁니다.


그녀는 고장난 청소기를 수리해달라는 작은 부탁을 통해 남자에게 다가가고, 그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면서 그가 포기했던 꿈을 다시 꺼내보도록 용기를 북돋워 줍니다.


이 작은 부탁이 두 사람의 인연을 시작하는 계기가 됩니다. 함께 음반을 녹음하기로 결심한 두 사람은 일주일간의 여정을 통해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며,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남자는 여전히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하고 있고, 여자는 여전히 별거 중인 남편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와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선택하지만, 그 짧은 만남과 음악은 서로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긴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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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꺼내어 서로를 위로하는 순간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상처를 받습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연인에게서든, 가까운 가족에게서든, 때로는 스스로에게서조차도 말이죠. 그 상처들은 마치 깊은 호수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조약돌처럼,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깊이 가라앉아 마음의 무게로 남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무게는 때로는 우리가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벽이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뮤지컬 <원스>의 두 주인공, 남자와 여자는 바로 그런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남자는 과거의 사랑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음악마저 포기하려 했습니다. 그의 기타는 이제 더 이상 희망을 노래하지 않았고, 거리에서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스스로를 위로하지 못하는 외로운 메아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여자 역시 별거 중인 남편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와 혼란 속에서 마음을 닫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진심을 느꼈고, 그 무거운 슬픔에 홀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른 'Falling Slowly'는 두 사람의 마음이 처음으로 맞닿는 순간을 담은 곡입니다. 이 노래는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작은 계기가 되었고, 그동안 숨겨왔던 상처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보일 용기를 주는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 가라앉아 있던 감정이 서서히 떠오르듯,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존재를 통해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다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흔히 우리는 상처를 '잊어버리는 것'이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아물어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상처는 그 자체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야기되고 이해받을 때 비로소 그 무게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상처를 드러내어 누군가와 나누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혼자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무게로 변하게 되니까요. 음악은 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상처를 내어 보이며 진정한 교감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혼자서 아픔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통해 다시 노래할 용기를 얻었고, 여자는 남자를 통해 잊고 있던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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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또 다른 얼굴, 이별


사랑은 때로는 만남보다 이별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별은 단순히 관계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물리적 시간을 넘어, 그 사람의 존재가 내 안에 깊이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


뮤지컬 <원스>에서 두 주인공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짧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별은 때때로 우리가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잊고 있던 꿈을 되찾았지만, 그들이 현실 속에서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If You Want Me'는 이러한 갈등을 담은 곡입니다. 여자가 홀로 남겨진 밤,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이 노래는 사랑의 감정을 넘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욕망과 갈등, 그리고 두려움을 마주하는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이별을 앞둔 그녀의 복잡한 심경은 이 곡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며, 관객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그리고 'Gold'는 남자의 복잡한 내면을 담아낸 곡으로, 그는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자신을 직면합니다. 음악은 그의 내면에서 여전히 반짝이고 있지만, 그것이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사랑의 잔해임을 깨닫게 됩니다. 남자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그 기억은 그를 끊임없이 붙잡는 족쇄와도 같습니다.


그들의 관계는 비록 끝이 났지만, 그들이 함께한 시간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추억이 아닌, 서로의 삶에 깊이 새겨진 흔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걸어가야 했지만, 그들이 함께 만든 음악은 여전히 두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로 남아, 그들의 영혼 깊숙이 울려 퍼집니다.


이별이란 때로는 함께한 시간보다 더 깊은 의미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가 남긴 흔적과 기억이 우리 안에 깊이 스며들어 영원히 함께하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에게 남긴 진한 흔적들은 그들의 삶을 영원히 변화시켰으며, 그들은 서로를 떠나보낸 후에도 결코 잊히지 않을 깊은 자국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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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연출과 음악의 통합


뮤지컬 <원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과 연기를 동시에 소화하는 '액터-뮤지션' 형식입니다. 이는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배우가 연주하는 순간 그들의 감정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더욱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이 작품의 무대는 더블린의 작은 선술집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파도는 결코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몇 개의 탁자와 의자, 그리고 악기들로만 채워진 무대는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이 주는 감정의 깊이를 더합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장면 전환을 넘어, 그들이 마치 실제로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극 중에서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들의 감정은 대사와 노래로만 전달하는 메세지 이상의 깊이를 지니게 되며, 음악이야말로 이 작품의 진정한 언어임을 깨닫게 만듭니다.


또한, 무대 위의 모든 소품과 조명은 배경이 아니라, 극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음반을 녹음하는 장면에서는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며 두 사람의 감정이 점차 깊어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연출은 극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관객으로 하여금 그 순간의 감정에 깊이 빠져들게 만듭니다.


결국, <원스>는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일방향적 공연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순간이 하나의 완벽한 하모니로 어우러진 예술 작품입니다.


이는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음악, 세심한 무대 디자인, 그리고 감정의 깊이를 담은 연출이 어우러져 비로소 완성되는 무대입니다. 관객은 단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감정에 함께 잠기고, 그들의 이야기에 동참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원스>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 공간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작은 우주와도 같습니다.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 그들이 나눈 감정의 기록이 되며, 관객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는 순간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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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레코드판 위를 흐르는 바늘처럼


뮤지컬 <원스>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인간 관계와 상처 극복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극적인 서사로 관객의 시선을 끄는 대신, 소박하고 진솔한 무대와 음악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상처와 치유,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때로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받은 아픔이 우리를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밀어넣기도 합니다. 그 상처는 결코 쉽게 치유되지 않으며, 때로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스>는 그 상처를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마주하고 꺼내어 나누는 순간에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진 두 사람은 단순히 서로를 위로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들의 만남은 단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의미있는 흔적을 남긴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이 함께한 시간은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오래도록 잔잔한 파동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로 한정되는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아가는 작고도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트리거이기도 합니다.


<원스>는 단지 무대 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그들이 나눈 음악처럼, 우리의 삶도 때로는 서툴고 불완전하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를 어루만지며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삶을 이루며, 때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듯한 인연조차도 깊은 울림을 남길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마치 오래된 레코드판 위를 흐르는 바늘처럼, 서로의 흔적이 우리의 삶에 아로새겨져,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됩니다.


<원스>는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노래가 우리의 마음을 울렸듯이, 우리도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도록 울림을 남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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