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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의 특징, 스타마케팅에 관하여 Part 2

by Just Be

지난 1부에서는 ‘왜 유독 한국 뮤지컬 시장만 스타 배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그 역사적 기원과 구조적 원인을 깊이 있게 살펴보았다.


척박했던 태동기 ‘필연적 선택’에서부터 ‘조승우 효과’를 거쳐 ‘K팝 산업과의 전략적 융합’에 이르기까지, 스타 캐스팅이 어떻게 우리 시장의 핵심 공식으로 자리 잡았는지 추적해보았다.


또한 ‘고가 티켓’이 만드는 소비 심리, ‘팬덤 주도’의 성장 경로, 그리고 ‘다중 캐스팅’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어떻게 서로 맞물려 현재의 스타 의존적 시장 구조를 만들었는지 분석했다.


혹시 1부를 아직 읽지 않았다면, 지금 이어질 논의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내어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이제 2부에서는, 이렇게 견고하게 자리 잡은 ‘스타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우리 뮤지컬 시장에 어떤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겠다.


이 시스템이 가져온 명백한 성과와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리스크를 데이터를 통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가능성과 시장의 지속 가능한 미래 방향성까지 함께 조망해보겠다.




<3장> 성장의 엔진인가, 독이 든 성배인가 - 스타 마케팅의 양면성


견고하게 자리 잡은 스타 마케팅 시스템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양적 팽창을 이끈 일등 공신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산업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이 장에서는 스타 마케팅이 한국 뮤지컬 산업에 가져온 명확한 빛과 어두운 그림자를 살펴보고자 한다.


① <빛> 시장 외연 확장과 산업화의 촉매제


스타 마케팅의 가장 큰 순기능은 단연 ‘신규 시장 창출(Market Creation)’을 통한 외연 확장이다. 이는 단순히 기존의 공연 애호가들을 극장으로 더 자주 불러들이는 수준을 넘어, 이전에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잠재적 소비층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K-POP 아이돌의 캐스팅은 이 현상을 폭발적으로 가속화시켰다. 2020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는 이를 명확한 데이터로 증명한다.


뮤지컬 관람 경험이 전무한 ‘무관심 관객’ 집단은 아이돌 스타가 캐스팅되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호감도, 관람의도, 지불의사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타 마케팅이 단순히 기존 관객을 나누어 갖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내며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브섬 게임으로서 기능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통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문화 상품을 ‘시도(Trial)’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일부는 작품 자체의 팬, 즉 충성도 높은 관객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또한, 스타의 이름값은 불확실성이 큰 공연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흥행을 담보하는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했다.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특성을 가진 공연 산업에서, 스타의 존재는 투자 리스크를 상당 부분 상쇄시키는 가장 확실한 담보물이다.


이는 제작사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여, 2000년대 초반 시장이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자본 유입을 가능하게 한 핵심 동력이었다.


CJ ENM과 같은 대기업이 뮤지컬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금융권에서 뮤지컬 펀드가 판매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타 캐스팅을 통한 최소한의 흥행 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2010년대 이후 K-POP의 세계적인 인기는 이제 뮤지컬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창작 뮤지컬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의 해외 팬들을 한국으로 불러 모으는 ‘공연 관광(Performing Arts Tourism)’ 상품이 되었으며, 이는 티켓 판매 수익을 넘어 항공, 숙박, 쇼핑 등 연관 산업에까지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친다.


또한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타가 출연한 작품은 향후 작품의 해외 라이선스 수출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화에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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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그림자> 구조적 불균형과 산업 생태계의 리스크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산업의 질적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잠재해 있다. 가장 심각하게 지적되는 것은 ‘비용-가격 상승의 악순환(Cost-Push Inflation Spiral)’이다.


‘티켓 파워’를 지닌 소수의 톱스타에게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의 개런티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0년대 중반, 조승우의 회당 출연료가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스타급 배우의 몸값은 일반 전문 배우의 수십 배에 이르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급등한 배우 개런티는 전체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티켓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부추겼고, 이는 결국 뮤지컬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승자독식(Winner-take-all)’ 구조로 인한 시장의 양극화 역시 심각한 문제다. 거대 자본과 관객이 스타가 출연하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만 집중되면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중소극장 창작 뮤지컬들은 제작비와 관객 모집에 이중고를 겪으며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뮤지컬의 창의적 토양을 황폐화시키고 IP(지적재산권)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더불어, 스타의 바쁜 스케줄 및 소위 '겹치기'로 인한 연습 시간 부족은 공연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문제로 끊임없이 지적된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스타라 할지라도, 절대적인 연습 시간의 부족은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을 해치고,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작품 전체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결국 ‘스타를 보러 갔다가 작품에 실망했다’는 관객의 불신을 낳고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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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또 다른 부작용은, 스타 캐스팅이 만들어낸 ‘기대의 불일치’ 현상이다. 2018년 공연된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라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스타들로 구성된 ‘꿈의 캐스팅’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이름값은 수많은 신규 관객을 극장으로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마주한 작품은 대중적이고 아름다운, 소위 말하는 대중적인 멜로디의 뮤지컬이 아니었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걸작인 스위니토드는 불협화음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난해한 넘버와 피가 낭자하는 잔혹한 복수극이라는, 매우 강한 예술적 특수성을 지닌 작품이다.


스타 배우들의 이름만 보고 극장을 찾았던 많은 신규 관객들은 자신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작품의 결에 당혹감을 느끼거나 실망감을 표했다.


이는 배우들의 퍼포먼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 마케팅이 작품의 본질적인 내용보다 ‘누가 나오는가’에만 초점을 맞추게 함으로써 발생한 구조적 문제다.


스위니 토드의 흥행이 실패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첫 경험은 신규 관객이 다시 뮤지컬 시장을 찾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흥행 성공이 장기적인 관객 개발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마지막으로, 스타가 주연 자리를 독점하는 구조 속에서 수년간 묵묵히 실력을 갈고닦아온 전문 배우들이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문제는 산업의 인적 자본 기반을 약화시키는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있다.


새로운 스타 배우가 발굴되고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선순환 구조가 막히면서, 시장은 더욱더 외부의 스타 수혈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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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새로운 흐름의 발견 - 창작 뮤지컬의 약진


스타 마케팅이 주도하는 거대한 조류와 그로 인한 명암이 뚜렷한 가운데, 우리는 시장의 표면 아래에서 꿈틀대는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스타 중심의 시장 논리에 대한 반작용이자, 한국 뮤지컬 시장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신호다.


① 스타 없이도 성공하는 ‘콘텐츠의 힘’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하여 2019년 의무화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등장은 한국 공연 시장의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전까지 특정 예매처의 판매 순위에 의존하던 시장 분석과 달리, KOPIS는 국내 모든 공연의 예매 정보를 종합하여 보다 객관적이고 거시적인 시장 동향 파악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통해 드러난 뮤지컬 시장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KOPIS 데이터 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한국 뮤지컬 시장의 박스오피스 상위권에는 여전히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이 건재했지만, 그와 동시에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중소극장 창작 뮤지컬들이 대거 포진하며 뚜렷한 약진을 보였다.


2024년에 발표된 최신 공연예술조사(2023년 기준)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흥미로운 이중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시장의 ‘활동성’ 측면을 살펴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무대에 오른 총 3,181건의 뮤지컬 중 57.1%에 달하는 1,817건이 300석 이상 1,000석 미만의 중극장에서 공연되었다.


공연 횟수 역시 17,021회로 전체의 43.8%를 차지하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창작 뮤지컬 생태계가 한국 뮤지컬 산업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책임지는 역동적인 ‘엔진’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지표다.


사의찬미, 팬레터, 어쩌면 해피엔딩, 홍련과 같은 작품들은 거대한 자본이나 톱스타 캐스팅 없이도, 오직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음악, 그리고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진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만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N차 관람’ 열풍을 이끌어냈다.


이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더 이상 스타의 이름값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단계를 넘어, 콘텐츠 자체의 힘, 즉 ‘IP의 경쟁력’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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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중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성공 방정식


그렇다면 이들 중소극장 창작 뮤지컬은 어떻게 스타 중심의 대극장 작품들과 경쟁하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성공 방정식이 존재한다.


첫째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낮은 제작비 리스크’다. 최근 자료인 2024년 공연예술조사(2023년 기준)를 통해 현재의 제작비 구조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뮤지컬 장르의 민간기획사 평균 수입(매출)은 약 7억 1천만 원, 민간공연단체의 평균 수입은 약 9천 6백만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의 평균 지출(제작비 포함)은 각각 약 6억 8천만 원과 9천 3백만 원 수준이었다.


이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수십, 수백억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물론 이 평균값은 모든 규모의 단체를 포함하지만, 중소극장 작품들이 훨씬 낮은 자본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제작사와 투자자 입장에서 실패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낮다는 것은, 그만큼 더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토양이 된다.


둘째는 ‘높은 관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요 확보다. 이들 작품의 핵심 관객층은 일회성 관람객이 아닌, 작품 자체에 깊은 애정을 가진 마니아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을 넘어, 각기 다른 캐스팅 조합(페어)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해석의 차이를 즐기기 위해 수십 번씩 재관람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N차 관람 문화는 중소극장 작품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연을 이어나갈 수 있는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셋째는 ‘대학로’라는 독특한 생태계의 존재다. 2023년 기준, 전국의 공연시설 중 대학로에 위치한 곳은 116개에 달하며, 이들 극장의 공연프로그램 가동률은 71.3%로 전체 평균(44.4%)을 압도한다.


수많은 중소극장이 밀집해 있는 대학로는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처럼 새로운 창작자들이 작품을 실험하고, 신인 배우들이 무대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발굴된 작품과 배우들이 입소문을 타고 점차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는 선순환 구조는, 한국 창작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저력이자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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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시장의 성숙과 새로운 소비 패턴의 등장


이러한 창작 뮤지컬의 약진은 한국 뮤지컬 관객층이 더 이상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뚜렷한 선호도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스타 마케팅은 여전히 뮤지컬 관람 경험이 없거나 적은 신규 관객을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스타를 통해 뮤지컬에 입문한 관객들은 점차 자신만의 취향을 발전시키고, 작품을 평가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갖게 된다.


이들 중 일부는 스타의 유무와 상관없이 작품의 완성도, 스토리의 독창성, 음악의 예술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니아’ 관객, 즉 ‘열성 관객’으로 진화한다.


최근 뮤지컬 관람 경험이 많은 집단일수록 아이돌 캐스팅에 대한 호감도와 지불의사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 것은, 이들이 스타의 후광보다는 작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더 까다롭게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창작 뮤지컬의 성공은 바로 이 성숙한 마니아 관객층의 지지에 힘입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스타 중심의 획일적인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지지하며 시장의 다양성을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소비자들이다.


이러한 흐름은 스타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조류에 맞서는 중요한 ‘카운터 커런트(Counter-current)’로서, 시장의 건강성과 균형을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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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IP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하여


결론적으로, 스타 마케팅은 한국 뮤지컬 산업을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강력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언제까지나 이 하나의 성공 공식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산업의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타’라는 개별 인적 자산의 가치를 넘어, ‘작품’이라는 지속 가능한 IP 자산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단기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스타 중심의 블록버스터와, 장기적인 가치를 지닌 오리지널 IP 기반의 창작 뮤지컬에 대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KOPIS 데이터를 통해 그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대학로의 중극장 창작 뮤지컬은, 스타 의존도를 낮추고 콘텐츠 자체의 힘으로 승부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대안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작사들은 당장의 흥행에만 매몰되지 않고, 브로드웨이의 ‘오프 브로드웨이’ 시스템처럼 신진 창작자들이 마음껏 실험하고 작품을 개발할 수 있는 인큐베잉 시스템에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KOPIS를 통해 예매 정보의 투명성은 확보되었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제작비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최애’ 배우를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뜨거운 팬심은 분명 한국 뮤지컬 시장이 가진 독보적이고 강력한 자산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이 뜨거운 에너지를 개별 스타에게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과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지지하는 선한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선한 동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될 수 있을까? 시장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우리 관객들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적극적일 수 있다.


첫째, ‘깨어있는 소비자’로서의 역할이다. ‘최애’ 배우의 출연작을 응원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연출가, 작곡가, 그리고 원작의 스토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은 노력이 모일 때, 제작사는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하기보다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동기를 얻게 된다.


둘째, ‘모험하는 탐험가’로서의 용기다. 때로는 익숙한 대극장 작품과 스타 배우의 품을 잠시 떠나, 대학로의 실험적인 창작 뮤지컬이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의 무대에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행위는 시장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새로운 스타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귀중한 토양이 된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비평가’로서의 목소리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단순히 팬심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작품에 대한 건전하고 논리적인 비평과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시장 전체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관객의 날카로운 시선과 수준 높은 피드백은 제작자에게는 건강한 긴장감을, 잠재 관객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이처럼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체적인 선택과 지적인 관람 문화가 바로 한국 뮤지컬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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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최애’ 배우를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뜨거운 팬심은 분명 한국 뮤지컬 시장이 가진 독보적이고 강력한 자산입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이 뜨거운 에너지를 개별 스타에게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과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함께 지지하는 선한 동력으로 현명하게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스타의 빛은 작품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서 비로소 멀리 뻗어나가고, 좋은 작품은 스타라는 렌즈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렌즈를 맑게 닦아주는 것은, 바로 우리 관객의 현명한 사랑과 주체적인 선택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최애’ 배우의 티켓팅에 성공했다는 기쁨을 넘어, 미처 몰랐던 좋은 작품을 발견했다는 희열을 더 자주 이야기하게 될 때, 그 순간 비로소 무대 위 한 명의 별은 한국 뮤지컬이라는 거대한 밤하늘을 가득 채운 무수한 별들과 함께 더욱 밝게 빛나게 될 것입니다.


스타의 빛이 작품의 깊이를 만나고, 관객의 사랑이 산업의 내일을 비추는 진정한 의미의 선순환이 시작될 때, 비로소 우리의 무대는 세계의 밤하늘 속에서도 가장 밝게 빛나는 별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 위대한 여정은, 오늘 티켓 한 장을 예매하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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