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자극과 거리두기
커리어 관련 글을 쓰고 있는 탓일까요.
언젠가부터 제 유튜브 알고리즘과 인스타 피드에는 커리어 관련한 이야기가 한가득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커리어 관련 글을 쓰신 걸 보고 자극을 받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죠.
처음엔 이렇게 자극받는 게 좋았습니다. 탄탄하게 커리어패스를 쌓고 있는 누군가를 따라 하다 보면 나도 저렇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또 커리어 계정에서 말하는 Do&Don'ts를 보다 보면 그래도 물경력으로 도태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요.
그러나 어느 순간 커리어 관련 글들을 읽다 보면 피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성공 사례들을 보며 '나는 언제쯤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 하는 직장인 특징'과 같은 게시물을 볼 때면 자꾸만 저와 비교하게 되었죠.
또 커리어 계정에는 왜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만 있을까요? 커리어 계정의 주인들은 저보다 연차가 낮을 때 특별한 일을 경험하기도 했고, 비슷한 연차나 나이임에도 벌써 쌓아 올린 게 많은 사람들인 것만 같았습니다.
계속되는 비교는 저를 불안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더군요. '이제 일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가는데, 아직 이렇다 할 프로젝트와 경험이 없어도 괜찮을까?', '나만의 무기는 아직 없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 하며 스스로의 성장에 대한 의문을 품고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지금 당장 크게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성장에 대한 집착을 하기도 했죠.
그날도 힘든 마음을 안고 주라기를 준비할 때였습니다. 10년 차 기자가 된 분들의 토크 영상이었는데, 본인들이 1,2년 차에 왜 그렇게 '누구는 벌써 카메라 앞에 서는데...' 하며 작은 것에 일희일비했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또 그런 마음을 갖고 있던 걸 아셨는지 모르셨는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날에 리더가 원온원에서 건네준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전혀 늦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빠른 편일 수 있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라는 말을 할 때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래, 나 늦은 게 아니구나. 혼자만 너무 조급했던 것이구나'. 비로소 느끼게 됐습니다. 더 길게 보면 아직 늦지 않았음에도 건강한 자극들의 홍수 속에서 조급해진 것입니다. 커리어 계정의 멋진 분들도 분명 저와 같은 불안과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들이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 단편만 보고, 다양한 커리어 계정 속 좋은 모습들만 짜깁기해 그것과 저를 비교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장에 대한 부담은 조금 내려놓고 있습니다. 하고 있는 업무들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 믿으면서 말이죠.
이젠 건강한 커리어 계정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건강한 자극도 과도하면 마음을 괴롭게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건강한 커리어 계정들도 스토리에서 보이면 자세히 보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넘기기도 하고, 유튜브에서는 클릭하지 않고 있죠.
언젠가 불안이 조금 내려앉고, 제게 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다시 찾으려 합니다. 삶의 방향과 속도는 오롯이 제 것이니까요.
이 글을 보고 계실 여러분도 혹시 저와 같은 마음이 드셨다면, 잠시 저희 글을 멀리하셔도 좋습니다. 대신 언젠가 다시금 건강한 자극이 필요할 때 저희를 꼭 찾아주세요 :)
-Editor_도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