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나만의 원칙을 잃지 않기
'어떻게 안 될까요ㅠㅠ'
돌아보면 저는 직장에서 이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항상 약해지곤 했습니다. 얼마나 급박하면 저렇게까지 요청할까, 공감 갔기 때문이죠. 저는 어김없이 한 번 더 방법을 찾아보고, 어떻게든 들어주려 했습니다. 문제는 다 수용하려다 마음이 다급해져 무리하게 된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무리하는 순간, 언제나 일은 벌어졌습니다. 얄궂게도 제게 예외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죠. 리스크를 감수했던 일들은 실수와 오류를 야기했습니다. 분명 시작은 다른 팀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혹은 상황이 공감되어서 베푼 선의였습니다. 그러나 의도치 않은 결과가 벌어지는 걸 보며 ‘뭐가 문제일까, 왜 내게만 이런 일이!’ 한탄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급한 마음에 빠르게 일을 처리하다가 중요한 절차를 스킵해 버렸던 적도 있었거든요. 채용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이 영입될 뻔했던 것입니다. ‘설마 부적격이겠어’하고 섣불리 판단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절차 하나하나가 민감하고 중요한 채용에서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가 하고 있던 일들의 본질은 상황에 따른 유연함보다는, 원칙의 흔들림이었습니다. 상황에 너무나 몰입한 나머지 주변의 말에 흔들리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차가 있음에도 타협했던 것이죠. 그리고 이는 독이 되어 저와 동료들에게 날아왔던 것입니다.
적당한 단호함을 갖고 ‘아니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저만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원칙을 지키고, 적당한 단호함을 갖춰 거절할 줄 아는 일이 어쩌면 저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뭐든 들어주려 하는 것을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돌아보니 알겠더군요. 올 한 해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바탕으로, 일에서 중심을 잡아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ditor_도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