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12 17 그날의 사진 한 장

장애인 가족 이야기

by 오리냥

‘1999 12 17 그날의 사진 한 장

이것 봐 기억이 나?

친구가 내민 사진 한 장

아픈 아이 업고 안고

처음 한자리에 모여

어설픈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던 우리


그날 우리는

특수교육이란 게 뭔지도 모른 채

무엇에라도 매달리는 심정으로 그곳에 모였지

완도 땅끝마을

포천 어느 동네

철원 골짜기

성남 토박이

먼지 피어나는 시골길 내달리던 우리가

아픈 아이 하나씩 품에 품고

그날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열심히 하면 좋아질 거야

희망도 품었지

몇 년이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

정말로 그리될 날도 꿈꿨지

웃을 새도 없이 달리고 달렸지

오늘보다 내일을 기대하며

하루를 살아내며 일 년을 견디고

일 년이 십 년 되고

어느덧 이십육 년이나 흘렀네

그런데 달라진 거 하나 없어

참으로 세월이 무심하다, 그치?

그때 울던 아이는

지금도 울고

그때 아프던 아이는

지금도 아프고

그때 죽음 힘 다해 내달리던 우리는

좀 어때?

지금은 괜찮아?

그럼, 괜찮지.

우린 이제 웃잖아

웃으면 된 거지 뭐

이렇게 웃으며 살면 되지

뭘 더 바라

그래, 그래

우리 참 열심히 살았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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