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날
음력 2월과 양력 3월을 걸쳐
겨울과 봄 사이의 어느 날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태어났다지
음력으로 세월을 사시던 할아버지
동사무소로 훠이훠이 내달려가
헛기침 몇 번 후 기록된 2월의 어느 날
난 2월생이 되어
꼬박 삼백칠십여 일 어린 꼬마로 학교에 갔지
또래보다 한 뼘은 작고
고만한 애들보다 키만큼 생각도 여려
이리 치이고 저리 밀리며
눈치 백 단 처신 낙제점의 몸 사림
그 시간이 쌓여
태도가 되고 습관이 되어
INFJ의 똘끼를 장착했지
그 시절을 어찌 견뎌왔는지
불을 품고 물인 듯 살아온 날들
덧대거나 빼낸 것 하나 없이
예전 그대로의 마음과
다만 낡아가는 육신
할아버지 헛기침으로 기록된 종이도 낡은
수십 년 전의 그 어느 날인 오늘
햇살은 따사롭고
꽃나무 가지엔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들의
환희가 툭툭 터져 나와
온누리로 퍼지고
난 그저 가만히 서서
한껏 즐기는 시간
아린 배 움켜쥐고
아궁이에 불 지피던 엄마는
하늘에서 허리 펴는 날
그 새벽, 내가 태어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