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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냥 Mar 22. 2024

꽃기린

시 쓰는 이야기

꽃기린     


여인네 입술 같은 꽃잎 활짝 연

꽃기린을 들여다보다가


찬란하네

영롱하네

예쁘네

따위의

낡아빠진 표현으로

수식하지 말자고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슬그머니 카메라를 거둔다   

  

기린의 목만큼

꽃대를 빼고

이제나저제나

그날이 오기만 기다린 세월    


겨우겨우

햇살이 창가에 머무는 시간

한껏 길어진 목으로

어쩌면

고백의 시간 같고

기도의 시간 같기도 한

가만히 꽃잎 붉어지는 때  

   

뒷걸음으로 그 자리 물러서

내 무뎌진 바람은 어느 곳으로 흐르는지

나 또한 햇살 앞에서

꽃기린처럼 선명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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