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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시 쓰는 이야기

by 오리냥

환절기 / 유복녀


하루를 십 년처럼

늙어가는 매미가 운다

어둠 속에서 칠 년을 견뎌온 설움

칠 일 안에 다 쏟아내기라도 하듯

나 좀 봐달라고

내가 여기 있다고


풀벌레가 운다

풀숲 사이에 숨어들어

울음소리로만 존재한다는 듯

떼창으로 와르르 운다

우리도 살아간다고


갈 때를 알아버린 매미의 흐느낌과

어젯밤 태어난 풀벌레의 울음 곁에서


내 지나온 길은 흐릿하고

나아갈 길은 아득해서

문득 뒤돌아보는 저녁녘


팔 월 끝자락 곳곳엔

온통 울음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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