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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작은 것에 분개하다!

다짜고짜 1화

by 완두





추석 전에 당근을 샀다.

당근 값이 너무 많이 올라 좀 아쉬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됐다.


그런데 배달된 상자 속 당근을 보니 속상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손가락 굵기였기 때문이다.

상품 가치가 거의 없는 걸 배달시키다니... 반품을 요청할까 하다 그냥 먹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 직장에 가져갈 당근을 손질하다 보니 조금 화가 났다.

정말 먹잘 게 없다!

그나마 가장 큰 세 개를 골랐는데도 말이다.

시간이 없어서 비교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몇 해 전 제주도 여행지에서 사 온 당근 볼펜보다 약간 굵은 정도다.


세 개를 잘라서 통에 담으니,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일반 크기의 당근은 두 개만 담아도 여기 가득 차는데...




직장에 와서 통을 꺼내 놓으며 다시 당근을 들여다본다.

작다. 정말 작다.


하지만 그만 분개하련다.

이 상쾌한 초가을 아침을, 그것도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을, 고작 당근 때문에 분개로 시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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