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이었다.
시간이 넉넉한 게 화근이었다. 만일 여유가 없었더라면 아예 버스를 탈 생각조차 안 했을 테니까. 늘 막히는 버스지만 시간 여유가 많으니 지각할 리는 없다는 생각에 덜컥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막히는 구간은 어느 시간이건 예외가 없었다. 혹시나 오늘은 괜찮을까 했던 그 구간은 역시나 꽉 막히고 있었다.
그래도 일찍 출발했으니 지각까지는 안 할 거야... 불안을 애써 억누르다 결국 어느 지하철역에서 내리고 말았다. 1초도 허비하지 않아야 겨우 제시간에 들어갈 상황인지라 마음이 아주 조급했다.
몹시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이러니 내가 지각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버스를 탔지.' 하는 자기 합리화를 했다. 물론, '그래도 지하철을 탔어야 했어.'라는 후회와 자책도 했다.
갈아타야 할 역에 도착할 무렵 나는 문 입구 쪽으로 나가 서 있었다. 환승역이라 그런지 내릴 채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이윽고 지하철 문이 열렸고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문밖으로 발을 내딛으려는 찰나, 누군가가 나를 밀치고 지하철 안으로 들어서며 소리쳤다.
다 타고 내려야지욧!
낮술이라도 한 듯 불콰한 얼굴의 할아버지였다.
죄송하다는 말은 안 했지만 무척 미안한 마음으로 비켜준 뒤, 그 할아버지가 지하철에 오른 뒤에야 후다닥 밖으로 나왔다. 계단을 오르며 공중도덕도 못 지키는 나란 인간에 대해 잠시 반성했다. 다음부턴 절대 버스를 타지 않으리라는 결심도 더불어 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건...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