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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두 Oct 12. 2024

이곳은 카페인가, 가정집 거실인가

짜증 반 분개 반 13화  


토요일 오후, 밀린 집안일 대충 해치우고 카페에 나왔다. 스터디 자료도 준비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마음이 바쁘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곳으로 갈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그리 넓지 않은 실내가 웅성웅성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손님이 많아서는 아니고 몹시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카페만의 환상적인 바닐라라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냥 구석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그다지 집중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니 소음 정도는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도 전부터 나는 마구 후회했다.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부담스러움이라니...


현재 이 카페에는 나 말고 세 팀이 앉아 있다.

모자 관계로 보이는 한 팀은 조용히 와플과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다른 한 팀은 친한 동네 아주머니들 모임으로 짐작되는데, 적당히 수다스러워서 전혀 방해가 되질 않는다.    


문제는 마지막 한 팀이다. 여섯 명이라는 숫자가 만들어내는 소란과 어수선함이 상당하다. 그래도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문제가 되는 부분은, 팀이 카페 주인의 지인들로 보인다는 점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먹거리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목소리의 대화들, 마치 자기 집에 놀러 온 사람들과 노닥거리는 모양새다.


카페 손님이 주인과 아는 사이건 말건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마치 내가 남의 집 거실에 불청객으로 끼워진 느낌이랄까.


전부터 어느 가게든 주인장 아는 사람들이 와서 죽치고 있는 가게는 들어가기가 싫었다. 왠지 손님 뒷담화를 할 것 같아서 뒤통수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보다도 가장 화나는 일은...

지금 내가 받아든 라떼가 너무 맛없다는 것이다. 정신이 딴 데 팔려서인지 이제까지 이곳을 드나들던 중 가장 맛없는 커피를 건네주었다. 미지근하고 밍밍한 맛.


맛있는 라떼 마시려고 이 카페에 들어왔는데, 완전히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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