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으로 불똥 튄 분개 12화
오늘 아침 출근길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평소보다 20분 정도 빨리 집에서 나섰고, 도로 역시 한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날처럼 1차선과 2차선을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천천히 2차선으로만 달렸다.
내가 출퇴근 때 다니는 도로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라 큰 트럭이 많다. 오늘도 내 앞에는 엄청나게 큰 트럭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고,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작은 내 승용차는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투명한 물체 하나가 떨어졌다. 그때만 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잠시 뒤 또 하나의 투명한 물체가 내 시야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번에도 '저게 뭐지?'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계속 뭔가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야?
차 유리 앞문에 부딪힌 뒤 바닥으로 떨어진 그 투명한 물체의 정체는 페트컵이었다. 앞 트럭에 실려있다 바람에 날린 컵들이 눈발처럼 도로 위로 흩날리고 있었던 거다.
에구. 안 쏟아지게 잘 좀 싣지.
결국 차선을 옮겨 그 트럭을 추월해 달렸다.
지구 환경에 대한 걱정도 가득 싣고 달렸다.
직장에서 한 직원이 커피를 내려 페트컵에 담는 걸 봤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먹는 걸 거다.
예전에는 사무실에 비치된 게 작은 종이컵이 전부였는데, 언제부터인지 그것들이 상당히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졌다. 크고 단단한 종이컵과 투명한 페트컵이 뚜껑까지 세트로 갖춰져 있다.
되도록 잔소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오늘은 그냥 꼰대가 되기로 했다.
***주무관님. 지난번 그 머그잔 예쁘던데 왜 사용 안 해요? 일회용 컵 미세 플라스틱 나와서 건강에 엄청 안 좋대요. 우리 사무실에서는 개인 컵 사용하자구용.
어렵게 이 말을 마치고 나자 마음속에서 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너나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