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용한 펀치!

by 완두




펀치 1


아들 녀석이 다섯 살쯤의 일이다.

방에서 뭘 좀 하다 밖으로 나오니 거실이 난장판이 돼 있었다.

마구 어질러진 것까지는 참아 넘겼는데,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는 팩트(압착 가루분)를 보니 화가 솟구쳤다.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단종품이어서 아껴가며 사용하던 제품이었다.

더 화가 나는 건, 닦아도 닦아도 뿌연 자국이 사라지지 않는 거였다.

할 수 없이 클렌징크림을 휴지에 묻혀 꼼꼼히 닦아낸 뒤 다시 물걸레질했다.


다 치운 뒤, 아들 녀석을 앞에 세워놓고 소리를 빽 질렀다.

너 엄마 물건 손대지 말랬지?

%@**$~&&!@


속사포로 쏘아대는데 아들놈이 조용히 말했다.


엄마, 이빨에 김 붙었어요.


거울을 보니 정말 앞니에 검은 김이 붙어있었다.

영구처럼.










펀치 2


그로부터 15년쯤이 지난 며칠 전이었다.

새벽 배송으로 주문한 손 세정제가 보이지 않아 찾다가 아들에게 물었다.

출근하면서 그 상자 속 물건 정리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혹시 손 세정제 못 봤니? 리필제품 주문했는데...


아마 왔을걸요?


게임하느라 정신없는 아들놈이 휴대폰에 눈을 둔 채 말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다.


그래서 그걸 어디에 놨냐고!


아들이 조용히 대답했다.


엄마 발밑을 보세요.


발밑을 보니 정말 리필용 손 세정제가 거기 있었다.

그걸 살짝 밟은 채 질문을 던진 거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러다 일어나며 '음매' 하게 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