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학을 배우려면 꼭 해야 하는 사전 작업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정확한 자신의 생시를 찾아내는 일.
분 단위까지 확실히 알아야 정확한 네이탈 차트를 뽑을 수 있으니, 생시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단 몇 분 차이로 하우스가 바뀔 수도 있고, 행성의 위치 변화에 따라 행성 간 어스펙트*가 달라진다.
그러니 축시, 묘시 등 두 시간 단위로 생시가 바뀌는 명리학과는 달리 01시 38분, 06시 15분 같은 명확한 생시가 필요한 거다.
요즘 아이들이야 모두 병원에서 태어나고 그 출생 시간이 육아 수첩에 정확히 기록돼 있으니,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로지 부모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세대는 대부분 부정확한 생시 정보를 갖고 있다.
해 질 무렵에 태어났다, 언니들 학교 갈 시간에 태어났다... 이 정도는 그나마 다행이다.
해당 날짜를 보면 언제 해가 지는지 유추가 가능하고, 학교 갈 시간이라는 것도 대충 짐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밥 줄 때 낳았다'든지 '소여물 주고 한숨 자고 난 뒤에 낳았다'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보니, 생시를 찾기엔 '대략 난감'인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비슷한 입장이다.
24일 아주 늦은 밤에 태어나서 그다음 날짜로 호적에 올렸다는 게 엄마의 기억이었다.
따라서 내 생시를 25일 자시로 알고 지냈는데, 그걸로는 네이탈 차트를 뽑을 수가 없었다.
물론 하우스가 빠진 차트야 뽑을 수 있겠지만, 상승궁**이 몇 하우스에 위치하는지도 모르는 차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두 해 전 점성학을 처음 접하며 생시 보정이라는 걸 시도했다.
이제까지 세 명의 점성가에게 생시 보정을 받았고, 뭔가 미진해서 현재 또 다른 점성가에게 보정 작업을 의뢰해 놓은 상황이다.
점성학을 배우며 차트를 분석하다 보면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보이는데, 그걸 그냥 덮고 가자니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생시 보정이란, 출생 시간이 정확하지 않을 때 그동안 살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토대로 생시를 역으로 추측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한 사람이 겪은 일을 별들의 움직임에 하나하나 대조해 시간을 찾아가는 거라서 '점성학 판의 노다가'로 불린다고.
아주 귀찮고 힘든 작업인 데다 실력이 없으면 이 작업을 할 수 없는지라 우리나라엔 생시 보정을 하는 점성가가 별로 없다고 한다.
따라서 실력 있는 점성가 찾기도 어렵고, 그 비용도 일반 상담에 비해 비싼 편이다.
첫 번째 점성가는 어느 플랫폼에서 검색을 통해 만났다.
당시만 해도 생시 보정의 어려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던 터라 무턱대고 검색부터 했는데, 상품 검색창에 '생시 보정'이라고 쳤더니 한 점성가가 연결됐다.
15년 이상이라고 적힌 경력도, 이용자들이 남긴 좋은 후기도,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도 다 마음에 들었기에 그 점성가에게 보정을 의뢰했다.
엄마에게 들은 내 생시를 기준점으로 보정 작업이 시작됐는데, 그 첫걸음은 내 삶의 궤적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점성가가 내게 구글 폼을 보내주며 그 내용을 다 채워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각종 애경사, 이동 내역 등 내 삶에 있어서 변화의 순간들을 꼼꼼히 적었다.
오래전 일 중 기억나지 않는 것은 머리를 쥐어짜며, 공무원 임용 이후의 삶은 인사기록부를 뒤져가며 지난 내 삶의 퍼즐을 맞췄다.
이 작업을 하면서 '생시를 보정하는 일은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보낸 자료를 바탕으로 하되 미심쩍은 부분은 대화를 통해 생시를 추적했는데, 그 결과 점성가가 추정한 생시는 25일 01시 41분이었다.
그 말을 듣고 의구심이 생겼다.
그 결과대로라면 자시가 아닌 축시인데, 출생 시간이 그렇게 뒤로 밀릴 것 같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명리학을 공부하는 지인도, 내 외모나 성격 등을 보면 축시는 아닐 거라며 내 의혹을 부채질했다.
점성가에게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말했지만, 되돌아온 건 본인은 그 생시가 정확하다고 믿는다는 아주 단호한 답변이었다.
그렇게 나의 생시 찾기 프로젝트 제1차는 아쉬움을 남긴 채 다소 허무하게 끝났다.
* 어스펙트(Aspects): 각 행성 간의 각도
** 상승궁(어센던트, ascendant): 태어날 당시 동쪽 지평선의 별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