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점성학 공부를 시작했다.
타로를 공부하다 보니 그 영역이 자꾸 넓어져 컬러 카드, 각종 오라클 카드와 심리 카드, 레노먼드와 호로스코프밸른까지 배웠는데, 점성학은 외면하고 있었다.
낯선 용어들, 방대한 외울 거리, 외계인과의 교신처럼 보이는 수상한 기호들... 나처럼 비학구적인 문과생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포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이탈차트를 뽑고 읽는 정도의 기초를 배우는 데만 적어도 7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사실 이 년 전쯤 점성학 공부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혼자서 개념 파악이라도 해보려는 생각에 인강을 신청했었다.
그런데 강의 도중 나오는 "어센던트에 태양이 이그절테이션하고 달에게 삼각으로 달퍼한다"거나 "토성이 페러그린이며 화성은 데트리먼트, 금성도 마이너 디그니티를 얻고 있다"라는 외계어를 들으며 점성학은 감히 내가 손댈 학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바로 포기해 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성학 공부에 대한 욕구가 다시 살아났다.
이번엔 책으로 기본 개념을 배우기로 하고, 초보자가 보기 좋은 책, 개념 정리가 잘 된 책, 이해하기 쉬운 책 등을 주변 추천으로 샀다.
예상대로 역시 역부족이었다.
이 책 저 책 넘겨보다가, 집중력도 끈기도 없는 나는 도저히 독학할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었다.
그러다 점성학 수업을 들어야겠다는 결정을 한 건 늦은 밤 혼자서 걷던 천변에서였다.
아파트 건물 사이로 빼꼼히 얼굴 내민 초승달을 바라보다 밤하늘에 콕콕 박혀있는 별들을 보았다.
당시 어떤 문제로 고민 중이었는데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농담이 떠오르며 '정말 별들에게 물어보면 답을 알려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순간 점성학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혜성처럼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
나는 전에 타로를 배운 적 있는 강사님에게 수강 의사를 밝히는 문자를 보내고, 초급반에 해당하는 석 달 치 수강료도 바로 이체해 버렸다.
이유는 마음이 변할까 봐... 였다.
사실 내가 점성학을 배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기다.
통행료 8천 원을 낚아채는 왕복 80킬로의 출퇴근 거리가 늘 나를 긴장시키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변화무쌍한 일들은 내 신경을 곤두세운다.
올해 들어간 방송통신대는 출석수업과 과제물, 각종 스터디 모임 등으로 이 어벙한 편입생에게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한 구청에서 운영하는 봉사 관련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걸 마치면 바로 자원봉사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 매주 일요일 두 시간 거리에 있는 곳을 방문해 점성학 수업을 세 시간 받고 돌아오면, 휴식할 시간도 없이 지친 심신으로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도 내가 점성학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신비롭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모든 용어는 어렵기만 하고 외워야 할 개념들이 태산처럼 많지만, 조금씩 그걸 알아가는 게 즐겁다.
나는 내 차트를 보면서 그동안의 내 삶을 반추해 보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의 차트를 보며 이해되지 않았던 행동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기도 한다.
이제 겨우 초급 과정을 마친지라 위에 쓴 외계어 해독 능력은 아직 없다.
네이탈차트를 보며 "선샤인이 염소자리고 금성이 6 하우스에 있네' 라거나, "달이 목성과 흉각을 이루니 학교생활이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 같은 준 외계어를 띄엄띄엄 말할 수 있는 정도다.
나를 점성학으로 이끈 건 이 매력적인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내 삶에 대입해 보고 하나하나 증명해 보고자 하는 것, 내가 점성학을 공부하는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