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이 준 선물

by 완두


가끔 들어가는 점성학 카페에 어제 흥미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밤하늘의 행성을 촬영해 올리는 유튜버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무심코 글을 클릭했다 그 유튜버가 올린 어느 영상에 매료되고 말았는데, 그것은 새벽에 이동하는 토성을 찍은 것이었다.

너무나도 우아한 토성의 자태에 감탄하고, 그걸 촬영해 낸 유튜버의 열정에 감탄하고,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런 장관을 바라볼 수 있는 현대 과학에 감탄했다.

가슴이 뭉클해서 몇 번이나 영상을 되돌려봤다.


이렇게 아름다운 토성이 왜 대 흉성인 걸까?

화면을 보며 토성이 억울할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그러다, 그 아름다운 영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점성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단톡방, 동화를 쓰는 문우 세 명이 모여있는 단톡방, 친한 친구 몇 명이 묶인 단톡방, 이렇게 세 군데 단톡방에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딸아이에게도 영상을 보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별로 그 영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점성학 강사님과 동화 작가인 문우만이 "대박!" "너무나도 신비로워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지구 한구석에서 이렇게 머나먼 우주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라는 내 톡에 달린 찐 이과생 딸아이의 답변은 건조했다.

"그것이 천문학이니까."




그런데 오늘 아침, 휴대폰 화면을 보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휴대폰 바탕화면에 뜬 인터넷 앱이 토성처럼 동그란 띠를 두르고 있는 게 아닌가!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띠가 없었는데, 밤새 띠가 생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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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든 생각은 '오늘이 토성의 날 같은 건가?' 하는 거였다.

하지만 검색해 봐도 그런 글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업무용으로 쓰는 다른 휴대폰 바탕화면을 확인해 봤더니 거기는 이전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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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내가 어제 유튜브를 본 것 때문에 앱이 바뀐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이 우리 사생활을 다 꿰뚫고 맞춤 광고를 내보낸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토성 관련 영상 좀 봤다고 인터넷 앱에 토성처럼 띠를 둘러주다니...

대. 단. 하. 다.


나는 신기한 이 상황을 동화 작가 단톡방에 올렸다.

잠시 뒤 한 친구가 글을 남겼다.


환상이 깨지겠지만... 얼마 전에 삼성 업그레이드하면서 저렇게 모양 바뀌었어요.^^;;;


나는 아직 바뀌지 않은 휴대폰 화면을 캡처해 보여주며, 내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한 휴대폰만 바뀌었다는 걸 증명했다.

그러자 바로 답글이 달렸다.


저... 업데이트 방법에... 수동 / 자동 옵션이 있어요.^^;


아침부터 어수선 피운 걸 민망해하자 그 친구가 말했다.

동심을 파괴해서 미안하다며, 다음에 만나면 행성 책 클립을 주겠노라고 했다.

이렇게 나의 토성 해프닝은 토성 모양의 책 클립을 공짜로 얻는 거로 마무리지어졌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믿고 있다.

내 휴대폰 화면의 인터넷 앱에 생긴 띠는, 토성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 준 내게 준 선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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