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갖지 말고 나눠주자

by 고운스나이퍼

바쁜 일의 마감에 치이다 보니
크리스마스는 기념일보다 일정이 먼저 떠오르는 날이 되어버렸다.
특별한 날보다 해야 할 일들이 우선이 된 삶은 이미 오래됐다.
달력 속 빨간 숫자는 여전히 선명한데,
마음은 점점 그런 날들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군중 속의 화려함을 뒤로한 채
미소를 접고 홀로 퇴근길에 오르는 일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었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만큼은
나에게도 비밀이고 싶어졌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너무 많은 것들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케이크.
흐름에 몸을 맞추듯 하나를 사 보았다.
케이크 상자를 들고 걷던 밤거리는
유난히 밝았고,
유난히 나와 상관없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캐럴 없는 적막 속에서
촛불을 켜고 앉아
기뻐하기보다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불꽃만 바라봤다.
불꽃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보다 더 요동치고 있었다.

“나, 지금 뭐 하는 짓일까.”

내 것이 아닌 공기 중의 외로움까지
괜히 들이마신 기분이었다.
이 방 안에 있는 감정들이
모두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노래 없는 방 안에서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먹는데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달아야 할 자리가 공허로 채워진 기분이었다.

나를 위해 샀던 단 한 번의 케이크는
허무한 맛만 남긴 채
다시는 하지 말자는 다짐과
눈물도 나지 않는 외로움만 남기고 끝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흉내 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 삶과 내 방식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굳이 가지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나눠주자.
그것마저 붙들고 있으려 하면
너무 욕심스러운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여전히 결론 나지 않는 하루들,
여전히 미소의 가면을 쓴 채
나는 오늘도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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