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려고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고요함을 만끽해 본다.
의식이 사라지는 찰나보다
깨어 있는 이 시간이 더 길고,
이 세계에서는 내가 주인이기에
나는 이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늦은 밤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잠들고,
내가 만들어내는 작은 소리들만이
고요 속에서 또렷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삐― 하고 울리는 이명도
이제는 나만의 배경음악이 된다.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덮어 두었던 책들도
이 시간에는 천천히 펼쳐볼 수 있다.
굳이 도서관을 찾지 않아도,
굳이 조용한 장소를 만들지 않아도
이 밤은 이미 충분히 고요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누군가의 가르침이 아니라
살기 위해 내가 선택한 작은 해피엔딩.
적어도 내게는 그러했다.
내게 있어 불면증보다 힘든 건
타인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잠든 척을 해야 했던 밤들이었다.
사람들은 잠드는 순간
묘한 능력을 발휘한다.
깊이 잠든 밤,
타인의 기척을 어찌 그리 예민하게 느끼는지.
때로는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대화 속에는
이상하게도 친근함이 없다.
불면증도 흐르는 대로 두었더니
어느새 휴식의 일부가 되었나 보다.
하루, 이틀, 사흘.
이 이상은 굳이 세지 않으려 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오래 깨어 있는 만큼
삶은 오히려 더 여유로워졌고,
나는 매일 밤
나만의 선택적인 시간을 선물처럼 받는다.
오늘은 어떤 선물을 받게 될까.
조금은 피곤함이 느껴지는 만큼,
아주 짧고, 아주 조용한 밤이기를
혼자서 조용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