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야 한다고 믿고 있던 순간들 사이에서
내 안의 경고등이 먼저 깜빡이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였지만,
나의 내부에서는 이미 다른 신호가 울리고 있었다.
나는 알지 못한 채
위험을 감지하는 자기 보호 스위치는
이미 켜지고 있었다.
나를 향한 직장의 배신은
산발적으로, 그러나 빠르게 진행되었고
내 보호 스위치는 주인도 모르게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작동했다.
그땐 그것이 나를 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몸의 이상 신호나
이유 없이 불안했던 꿈들까지.
그때의 나는 그것을 전부 예민함이라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 경고였다.
몸은 이미 알고 있었고,
마음만이 끝까지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덕분에 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와
도망칠 길을 미리 떠올릴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조용히 출구를 그리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가장 확실한 내 편인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한다.
나 역시 그러한 날들을 오래 살아왔다.
늘 ‘참아야 하는 쪽’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집중했고, 의심했고,
나를 지키기 위해 방어했고
살기 위한 개구멍을 만들어
그곳으로 빠져나왔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선택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순간,
처음으로 나는
‘도망치는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 후의 일은,
이 선택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증명하는 시간이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