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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Oct 17. 2022

영화 <밀러스 크로싱> 감상평

재주꾼 감독의 하고 싶은 말을 알아차리는 법



     컵에 얼음과 술이 담기고 누군가가 불평을 시작한다. 불만을 말하는 이(캐스퍼)는 신의와 도리에 대해 언급을 하며 마권사업을 하며 당한 억울함에 대해 토로한다. 그리고 그것을 듣는 권력의 최고 위치에 있는 인물(리오)은 이내 “자니, 자네는 내가 허락한 만큼만 클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마”라고 이야기하며 캐스퍼를 돌려보낸다. 그리고 리오의 뒤에 술을 마시며 방관하는 듯 서 있는 남성(톰)이 비스듬히 서있다. 영화의 첫 시퀀스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장면은 영화 대부의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차이점은 리오에게는 사랑하는 여자(베나)가 있었고, 그 여자의 동생(베니)을 죽여 달라는 부탁을 하러온 캐스퍼를 제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대부와 ‘거절할 수 밖 에 없는’ 제안을 받은 리오의 상황은 살그머니 변형이 된다. 다른 영화와의 비교 말고도 작품을 보는 내내 상황의 반복과 변형이 눈에 보였다. 영화 밀러스 크로싱을 보며 네오리얼리즘의 계보를 잇는다고 풍문으로 들어왔던 조엘 코엔에 대해 생각하며 관람을 했기 때문인지 작품이 주는 감성이라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보게 됐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게 된 생각의 귀결점은 “이 감독은 관객, 등장인물 등 과 줄다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줄다리의 목적은 승리보다는 ‘정보의 습득’이다. ‘관객, 극중 인물 중에서 더 많은 정보를 가져갈 자는 누구이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것에 대해 말하는 감독 같았다. 그래서 감독이 원하는 것처럼 그것에 선뜻 동참하기로 했다. 나는 영화 속 정보를 얻는 방식을 내러티브와 플롯이 아닌, 반복과 변형을 통해서 찾기로 했다. 감독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작품 속에서 영화의 반복적인 그 어떤 것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재로써 반복적인 것은 ‘중절모’를 들 수 있다. 중절모는 고정된 카메라 앵글 속에서 바람에 의해 낮게 날아가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 중절모의 첫 번째 등장이유는 남자가 중절모를 쫓는 것은 꼴불견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도박으로 저당 잡힌 모자를 찾기 위해 베나를 찾아가는 인물의 모순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영화 속에서 숲 안에서 톰으로 멀어지는 것은 중절모와 베니로 그려지는데, 이 소재들은 마지막에 톰에게 돌아와 그가 의도한대로 그 용도에 맞게 쓰인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톰이 베니와 베나를 찾아가는 상황의 반복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중절모가 등장한 것이 두 번째 이유라고 생각된다. 세 번째 등장 이유는, 중절모를 통해 배우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모자를 쓰는 방식에 따라 배우의 얼굴에 들어가는 빛의 각도가 달리 나타난다. 극중 톰은 감정을 표현하는 법이 거의 없다.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하며 대답을 회피하는 성격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마지막 리오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중절모를 고쳐 쓰고 담배를 입에 무는 장면과 베니를 죽이기 위해 ‘밀러스 크로싱’ 숲으로 들어갔을 때 모자로 얼굴빛을 가리는 모습 등 에서 그의 얼굴에 든 빛의 각도를 보며 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감독은 톰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과 어쩌면 그 감정을 숨기려는 가림막과도 같은 역할을 위해서 중절모를 인물에게 씌운 것 같다.

    영화는 반복적인 장면이 등장하며 그리고 이것을 조금씩 변형시킨다. 첫 번째 볼 장면들은 베니와 톰의 만남과 베니의 두 번의 죽음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미묘하다. 베니가 톰을 원할 때 찾아오는 세 번중 두 번은 살아나가지만, 마지막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톰이 베니를 원할 때의 두 번의 만남에서 베니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지만, 결과적으로 두 번의 만남은 톰이 베니의 목숨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밀러스크로싱’ 숲에서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베니가 톰에게 “이러지마, 이 모든 건 꿈이야, 나는 그렇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어.”라고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장면이다. 톰은 그런 그를 쏘지 못하고 풀어준다. 아마도 최초에 톰은 베니를 죽이고 리오를 배신하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베니의 말을 듣고 그의 입장에 동화된 것 같았다. 그때 당시 톰의 상황은 조직의 보스에게 충성을 했고, 좋아하는 여자와 사랑을 했고, 심지어 잘못을 고백을 했음에도 되돌아온 결과가 좋지 못했다. 또 사랑하는 여자의 동생을 죽이려고 하는 위치에 있는 톰의 입장에서 본다면, 베니가 뱉은 말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에 베니를 살려주는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우습게도, ‘밀러스 크로싱’이란 영화의 제목을 생각하면 톰은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에 즉면 할 때 마다 그는 숲에 있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영화 속에서는 한 가지 더 반복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은 경찰서장과 톰의 대화 장면이다. 경찰서장과 시장은 리오 혹은 캐스퍼에게 복종한다. 사람은 바뀔 뿐 권력을 향한 복종은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명령에 따라 상대방의 사무실을 급습하면서도 명령을 내린 그들의 행동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우연히 톰을 만난다. 경찰 서장과 톰의 장면은 영화적 리듬이다. 그러나 이 리듬을 만든 이유는 두 사람이 더 나은 것 하나 없는 똑같은 사람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톰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인 듯 태연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그가 영화 속에서 반복적인 질문을 하는 하는데 그것은 “러그를 누가 죽였는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은 캐릭터들과 톰이 조우할 때 가끔씩 스치듯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미행당하는 베나의 짓이라 여겼고, 이후 캐스퍼, 밍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리오와의 의리, 베나와의 사랑 등과 함께 톰을 움직이게 만드는 이야기 결의 한 축은 아닐까?

    영화 속에는 ‘로즈버드’와 같은 소재가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러그의 ‘가발’이다. 관객은 알고 있다. 이 러그의 가발을 갖고 간 것은 러그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소년이었고, 그것을 갖고 간 이유는 호기심과 두려움이라는 것을.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이것을 끝까지 밝혀주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러그의 가발은 왜 갖고 간 것일까?” 하고 말이다.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에피소드의 누적으로 재미를 구사하는 소재로 등장한 이 가발이라는 것은 감독과 관객만이 사라진 이유와 가져간 사람을 알고 있다. 그리고 톰이 하는 생각, 목적, 방법은 감독과 톰만이 알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정보의 한정적인 노출이 주는 영향에 대해서 말이다. 영화 속에서 가발과 톰이 가지는 목적은 영화를 이끄는 이야기의 축이자, 재미 혹은 영화를 이끄는 스토리로 그 역할을 한다.

    앞서 살펴본 반복적인 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어떤 효과를 겨냥하고 제작이 됐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것을 우리는 느껴야하는 것일까? 아리송한 감정뿐이다. 대체 말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가? 그러나 달리 생각한다면 감독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줘야할 의미나 의무는 필요 없다. 이 영화는 이야기꾼인 감독 자신이 관객에게 실험을 하는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이 실험하고 얻으려고 했던 것은 ‘네오 느와르’라는 장르적 특성의 감각을 살리는 것과 내러티브의 공개의 범위의 최소 단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공개된 정보이외의 채울 수 있는 것으로서의 장면, 소재 등의 선택 후 그것을 관객이 어떻게 흡수되는지를 살펴보려는 한다는 생각을 했다.




  1)최초에 톰의 집 쇼파에서 기다릴 때, 살아난 자신을 무기로 톰을 협박할 때, 그 협박을 빌미로 돈을 요구했을 때. 이렇게 세 번은 베니가 원해서 톰을 만나러 갔다.

  2)숲에서 총으로 그를 죽이고자 했을 때와 베니를  마지막 사건의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그를 죽이려고 할 때를 지칭하며,  톰이 베니를 이용수단으로라도 원한 것도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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