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문정 Feb 23. 2023

영화 <라라랜드> 감상평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


1.    다미앤 차젤레의 두 번째 작품인 ‘라라랜드’ 를 보았다. 영화가 흥행을 하게 된 지점은 어디일까? 그 지점을 생각하다 문득 이 영화의 최고 장점은 '감정, 감성'인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감성이 왜 생기게 됐는지, 어떻게 관객에게 전해지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무엇에 의해 파생된 감정이며, 어떤 것들을 가지고 감정을 이끌어 가는지 궁금해졌다. 이유를 알 수 있는 지식이 없으니,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가 보기로 했다.  

    이 영화의 장르는 뮤지컬이다.  그래서 극은 뮤지컬이 처음 생기던 시절의 화면비율을 가져다 촬영했으며, 고전 헐리우드 시기에 등장한 '테크니컬러'의 도입과 디지털의 현상 상태를 가졌음에도 거친 필름의 질감을 재현했다.  더불어, 뮤지컬 영화가 그러하듯 남여가 각자의 테마곡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리고 영화적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다른 뮤지컬 장르의 영화보다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언덕위에 주인공 남녀가 노래를 부르며 미아(엠마스톤)이 갑자기 탭댄스 슈즈로 갈아 신는 장면을 들 수 있다.  

    단지, 그것 때문에 ‘라라랜드’가 좋은 것일까? 관객은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감과 춤과 노래 때문일까? 100% 그것이라 하기에 관객은 영리해졌고, 그만큼 감독도 아둔하지 않다.  최고의 강점이라 생각하는 감성이 왜 생기고, 어떻게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일까? 그러다 떠오른 것이 환상과 꿈의 세계라 명시된 제목인 “LA LA LAND”였다. 뮤지컬 장르의 특징에 빠져 허우적대다 불현듯 떠오른,  그 모든 것을 아우르고 주인공들이 떠나도 언제나 그곳에 있는 그것 말이다.  그 공간 안에서 진행되는 시간과 상황이 일어나는 공간을 중심으로 꿈과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뜯어서 천천히 이해해 보려고 한다.


2-1.  뮤지컬의 특징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춤, 노래 이외의 것으로 생각나는 것은 '막'이다. 영화 속에서 하나의 ‘막’이 될 수 있는 것은 ‘라라랜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것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넣었다는 확신이 드는 '사계절'이다. 이 영화는 봄, 여름, 가을. 5년의 후의 겨울을 시간적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 이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란 '막' 안에서 미아(엠마스톤)와 세바스찬(라이언고슬링)은 서로를 만났다 헤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세 번의 스침과 불편함을 겪던 그들은 네 번째 만남이 되어야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다. 미아가 레스토랑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 후, 밤이 된 한산한 도로를 달려가는 그녀를 카메라로 멀리 잡는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 가까이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봄이란 시간이 흘러간다.  클락션을 울리는 특유의 시그널로 시작되는 '여름'이라는 단어 뒤에는 그들이 데이트 하는 장면을 교차편집하며 보여준다. 그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클리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만큼 그들의 친밀한 시간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장면도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래서 고전은 참 좋다. 그리고 저녁 재즈바에서 미아는 신나게 춤을 추고, 세바스찬은 그런 그녀를 피아노를 치며 바라본다. 이 때 아마 세바스찬은 본인의 재즈바에 미아가 있는 것을 당연스럽고 자연스럽게 여기기 시작했을 것이다. 세바스찬의 재즈바를 여는 꿈에 미아가 녹아들기 시작한 지점을 아닐까?  그 후 옛 동료 키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 다음날 미아와 그녀의 어머니 전화통화를 듣게 된 세바스찬은 천장에 물이 새어나와 생긴 자국을 보게 된다. 현실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세바스찬은 키이스를 만나 투어를 시작한다. 미아가 섞인 그 꿈을 위해 말이다. 그러나 그 후, 미아에게 자신의 공연을 보여주지만, 미아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그의 공연을 보며 그 자리를 떠나게 된다. 영화적 리듬으로 보이는 장면이면서도 남, 여 주인공의 바뀐 상황 속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을 통해서 서로 다른 점을 바라보는 되는 계기를 관객에게 인지시키는 지점이 된다. 그렇게 '가을'의 시간이 다가오고 두 사람은 서서히 헤어짐을 경험하게 된다. 세바스찬은 투어를 떠나고 미아는 연극을 혼자 준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크게 싸움을 하게 된다. 싸움을 한 이유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던 그들 이었음에도, 세바스찬이 미아가 하고자 한 일을 가볍게 봤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미아는 공연에 실패하고 세바스찬은 미아의 공연을 보지 못하게된다.  그들은 그렇게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미아의 오디션을 통해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렇게 5년이 지난 겨울이 된다.  주인공은 모두 꿈을 이룬다. 그렇지만 그들 옆에는 서로가 없는 상태이다. 가지 않는 길에 대해 상상도 해보지만, 그렇게 둘을 미소를 지으며 헤어진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그래, 이렇게 두 사람의 만남을 시간(계절)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관객에게 어떤 느낌을 줄까? 결국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의 상황에 대한 '겨울'이라는 종료된 상황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인 것일까? 아니면 두 사람 인생 속에서 이제 하나의 단락이 마무리됐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무엇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암시한 것일까? 이런 단순 도식화를 한다는 것은 어렵고 무리한 설정임을 감독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감독이 이런 설정을 한 것은 후자를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주되게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것은 미아가 첫번째 오디션을 실패하고 엘레베이터를 탔을 때, 미아까지 세 명의 여자가 있던 장면으로 설명할 수있다. 이 때 미아도 분명 그들처럼 아무런 특징이 없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런 다수의 한 사람이었음에도 빛나는 별이 될 수 있고(미아), 화려하지 않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소망하고 살아가는 사람(세바스찬)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곳이 바로“LA LA LAND” 라는 걸 감독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2-2. 장소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시퀀스는 3개(라고 생각되는)의 컷으로 연결된 오프닝 시퀀스 이다.  이 오프닝 롱 테이크 시퀀스를 위해 6개월간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 장면은 노래는 경쾌하나 실제 촬영되는 장면은 꽉 막힌 고속도로이다. '꿈을 꾸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상황은 좋지 않지만 즐겁게 지낼 수 있고 (도로의) 정체는 언젠가는 풀릴 거야'라는 메세지를 다루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극에 등장하는 몇 개의 특이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라라랜드’에 등장하는 장소를 통해 비춰 지는 주인공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극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공간은 '천문대'이다.  두 사람은 첫 데이트 에서 밤에 문 닫힌 천문관에 들어가 첫 키스를 나누며 그렇게 여름을 맞이한다. 그러나 가을이 되어 낮에 바라보게 된 그곳을 보며 미아는 '이렇게 추한 곳 인줄 몰랐어요' 라는 대사를 내뱉게 된다. 그리고 그 후 이별을 하게 된다. 천문관이란 공간은 동일하다. 차이점은 낮과 밤이라는 시간뿐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감정에 빗대어져 하나의 장소를 다르게 느낀다. 헤어짐을 직감하게 되고, 현실을 인지하게 된 미아의 장소인지의 모순을 드러내는 장소이다.  

 두 번째 주인공의 감정과 동일화 되어 등장하는 곳은 '언덕'이다. 미아는 친구들의 이끌림에 파티장에 가지만 혼자 파티장을 나오면서 처음으로 그곳이 등장을 한다. 미아는 차가 견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화를 내며 언덕길을 내려다보며 하릴없이 내려간다. 그때 화면은 파란드레스를 입은 미아를 어두운 화면 속에 가둔다. (그 후 만나게 된 고슬링은 파란색 슈트를 입고 있다) 그때의 언덕의 어둠은 미아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등장한 언덕은 네 번째 만난 세바스찬과 주차한 차량을 찾으러 올라갈 때 나온다. 두 사람의 미묘한 공기가 생성되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춤과 노래를 하며 벤치위에 올라 내려다본 LA의 해질 무렵의 풍경은 사랑으로 가득 찬 설레임으로 표현되어 아름답다. 

 세 번째로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무대'다. 미아는 영화관에서 세바스찬을 찾기 위해 상영이 되고 있는 상영관의 무대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설렘의 감정으로 무대에서 올라가 세바스찬을 찾게 되고 세바스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아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서서히 손을 잡으려고 하며 가까워지려고 한다. 

 다시금 등장한 무대는 세바스찬의 공연장이다.  미아는 무대에선 그를 보며 미소 짓지만 이내 그가 추구하는 음악이 아닌 것을 알게 되고, 그를 떠나게 된다. 그녀가 떠난 후, 세바스찬은 공연중간 미아를 눈으로 그녀를 찾지만 그녀를 찾을 수 없게 되고 점점 그들을 멀어진다.  이 공간들은 영화의 리듬이 되어 반복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와 그들의 변화되는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중적 효과를 갖는 장소들이다. 


2-3. ‘라라랜드’는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가지는 당위성을 깨버린다. 행복할 것,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것, 그러니까 주인공이라면 해피엔딩이라는 당연한 그 고정관념을 비틀어 표현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기는 관객이 가지는 당황스러움, 주인공들이 가지 않는 길에 대한 아련함, 그럼에도 웃으며 헤어지는 둘을 보며 오는 애잔함이 뒤섞이고 이와 반대되는 신나는 노래 , 화려한 색감 등이 더해져 특유의 감정을 가진 영화가 된다. 결론적으로 꿈과 사랑에 대해 드러나는 해피엔딩과 그렇지 않음으로써 오는 무수한 감정들 이 모든 것이 “LA LA LAND”라 표명되는 곳의 일부분임을 감독은 표현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3.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는다”라는 책의 구절이 있다. 연금술사에 등장한 이 문장은 현재, 한국에서 이상한 맥락 속에서 사용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말만큼 아름답고 희망적인 문장은 없다. 이 문장을 기본 전제로 바라본 ‘라라랜드’ 속 인물의 사랑과 꿈은 단지 지정된 1인의 꿈이 아닌 대중성을 표방하는 것이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영화적인 이해의 맥락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끝이 났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두 사람이 발 딛고 서있는 공간이자 배경인 “LA LA LAND”는 그런 곳으로 표현되기에는, 정확하게는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라 여기기엔 더 큰 의미를 가진 공간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영화 ‘라라랜드’의 시간과 장소를 훓어 보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작품에서 드러나는 감성은 주인공들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쉴 새 없이 춤과 음악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사람을 즐겁게 하고,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이뤄지는 그 장소에 대한 감정으로 확장되어간다. 사랑에 실패했으나, 그것마저도 그 자체의 매력으로 다가갔을 것이며, 선택의 또 다른 갈래를 되돌아봄을 통해 느끼는 감정까지도 모두 “LA LA LAND”의 이미지이며 감정, 감성이다. 그리고 이것이 관객에게 전달되고 파생됐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밀러스 크로싱> 감상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