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詩)라고
알려진 일본 고유의 시다.
자연을 소재로 한 5-7-5의 열일곱 자에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축적으로 담아내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문학 장르다.
하이쿠를 음미하다 보면 잔잔하면서도
참을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절묘하고 기발 난, 아주 잘 만들어진
한 줄의 광고 카피를 대하는 듯하다.
일본 근세를 대표하는 하이쿠 시인인
고바야시 잇사(1763~1827)의
하이쿠를 소개한다.
잇사는 죽음과 괴로움이 점철된
고통스러운 생애를 살면서도
아름다운 하이쿠를 많이 남겼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3세에 어머니를 잃고
15세에 고향을 떠나 타향을 떠돌며
하이쿠를 배워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노래하였다.
잇사는 뒤늦게 고향으로 돌아와
52세에 결혼하였으나
3남 1녀의 자식들이 모두 일찍 죽고
아내마저 잃는 참담함을 겪었고
집도 불탄 데다 자신도 중풍에 걸려
고생하다 65세로 세상을 떠났다.
꽃그늘 아래
생판 남인 사람
아무도 없네
밤에 핀 벚꽃
오늘 또한 옛날이
되어버렸네
때 낀 손톱
냉이 풀 앞에서도
부끄러워라
모심는 여자
자식 우는 쪽으로
모가 굽는다
방귀 시합이
또 시작되는구나
겨울 농한기
백정의 마을도
밤에는 아름다운
다듬이 소리
젊었을 때는
벼룩에 물린 자국도
예뻤다네
내가 죽으면
무덤을 지켜 주게
귀뚜라미여
달팽이
천천히 올라라
후지산
쌀 주는 것도
죄짓는 일이구나
싸우는 닭들
하루 종일
부처 앞에 기도하며
모기를 죽인다
벼룩을 죽이며
입으로는 말하네
나무아미타불
파리 죽이고
오늘도 들었단다
산속 종소리
파리채로
매를 맞고 계시는
부처님이시여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마라
그도 아이가 있다
* 하이쿠 출처 : 밤에 핀 벚꽃-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하이쿠선집(최충희 편저 ;한다운 그림, 태학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