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야생화 감상법

꽃에게도, 사람에게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by 길벗


이른 봄, 산 색은 아직 거무튀튀하지만 산을 찾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몇몇 산은 8할이 야생화를 탐하는 사진가들이다. 꼬박 1년을 기다려온 이들은 등산 배낭보다 묵직한 카메라 가방을 짊어지고, 계곡은 물론 험한 산자락 도처를 누빈다. 아직은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삭막한 계곡 옆 돌 틈에도, 산비탈에도 야생화가 얼굴을 삐쭉 내밀고 있는 것이다.



봄 야생화를 마주하면 감탄과 경이로움이 앞선다. 제 몸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흙이나 낙엽 더미를 비집고 나오는 생명력에다 마음 설레게 하는 자태! 가녀린 야생화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담으려다 보니, 사람들은 앉았다 엎드렸다는 기본이요 온갖 자세를 동원하고 심지어 길 없는 길도 오른다. 다들 꽃이 다칠세라 조심한다지만 자신도 모르게 스러지고 밟히는 꽃투성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예뻐하고 많은 사람이 찾을수록 꽃들은 상처를 받기 십상이다. 나 역시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 야생화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야생화는 되레 '죽을' 맛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와 닮아 있다. 연인이든 자식이든 지극한 사랑을 받는 사람일수록 되레 사랑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주는 건 애정이고 사랑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받는 자의 입장에선 지나친 간섭이고 집착이고 통제이고 구속일 수도 있다. 이렇게 가까운 사람이 주는 상처는 남이 주는 상처보다 훨씬 더 아프고 또 오래간다. 결국 관계를 그르치기도 한다.



야생화가 피어 있는 곳에서는 함부로 걸으면 안 된다. 발을 하나씩 옮긴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랑하고 아끼는 사이일수록 내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야 한다. 자칫하면 밟을 수도 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생화들이 바람에 몸을 배배 꼬며 그건 그렇다고 끄덕인다.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와 추근대다시피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진정한 애정과 진실한 사랑은 가만히 지켜봐 주는 거라고. 우리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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