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
- 나태주(1945~)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 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 나태주 시인의 <촉>을 음미하다 보면
뉴턴의 만유인력이 떠오른다.
뉴턴은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걸 보고
지구의 중력을 발견했고
우리의 나태주 시인은 반대로
여린 새싹이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고
땅에서 하늘로 뻗어 오르는
생명의 힘을 찬미했다.
그런데 "지구를 들어 올리는"이란
표현이 기막히지 않은가.
새싹이 지구를 들어 올리다니,
기적 같은 일이다.
특유의 감수성에다
관찰력과 상상력이 더해져
시인은 기적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가.
그저 그렇고 그런 세상에서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내고 있지는 않은가.
나태주 시인의 촉뿐일까.
불과 얼마 전 한겨울,
얼어붙은 맨땅에 지나지 않았던 곳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꽃을 피워내고 열매 맺고 ···
이런 걸 기적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자연계의 현상 하나하나,
아니 이 세상사 기적 아닌 게 없다.
우리의 삶, 우리네 일상 역시 그렇다.
우리는 지금 기적 같은 세상에서
기적같이 살고 있는 거다.
다만 시인처럼 느끼지 못할 뿐이다.
정현종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파랗게, 땅 전체를
- 정현종
파랗게, 땅 전체를 들어 올리는
봄 풀잎
하늘 무너지지 않게
떠받치고 있는 기둥
봄 풀잎
그림 속의 여자도 개구리도
꿈틀거리는 봄바람 속
내 노래의 물소리는
저 풀잎들 가까이 흘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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