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강 휴먼브릿지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 한 번만 더 하시면 백 번이 되는 이야기가 백 가지도 넘는다. 요즘 으뜸 레퍼토리는 ‘다리’다.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 동 바로 앞, 강 건너편을 잇는 아주 예쁜 다리가 들어섰다는 것이다. 집에서도 내려다보인다며 자랑이 대단하시다. 오래 살아 자식들에게 미안했는데, 이 다리 덕분에 아파트값이 좀 올랐을 테니 이제 '퉁 칠 수 있겠다'는 농담도 덧붙이신다. 이 이야기를 다리가 완공되기 전부터 후까지 백 번쯤은 들은 것 같다. 어서 이 다리를 구경시켜주고 싶은데 언제 올 거냐는 성화도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3월 14일, 어머니의 아흔네 번째 생신날. 형님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그 다리를 건넜다. 부산의 '수영강 휴먼브릿지'라는 보행자 전용 다리다. 어머니는 다리를 건너시며 30여 년 전 수영현대 아파트를 둘러보고 이곳에 살기로 마음먹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당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같은 이야기를 오래된 무용담처럼 몇 번이나 되풀이하셨다. 우리는 그날, 어머니의 간절했던 소원 하나를 비로소 이뤄드린 셈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소원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그리 거창한 것들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자식과 함께 다리를 천천히 걸어보는 것 같은, 아주 소박한 바람들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 남매가 어머니를 모시고 오래오래 그 다리를 함께 건널 수 있기를.
담처럼 몇 번이나 되풀이하셨다. 우리는 이날 어머니의 소원 하나를 이뤄드린 셈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소원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그리 거창한 것들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다리를 자식과 함께 천천히 걸어보는 소박한 바람들일지도 모른다.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 사 남매가 어서, 또 오래오래 그 다리를 함께 건널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