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산책

by 길벗


머물고 싶은 고장이 있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다. 양수리(두물머리)에서 391번 지방 도로 따라 청평 방향으로 10여 분 거리다. 나지막한 푯대봉(354m)을 뒤로하고 북한강변에 터 잡고 있는 서향임에도 아늑하기 이를 데 없다. 30년 전 첫눈에 반했다. 양평-양수리 구간의 극심한 지정체로 지도를 보고 연구해서 찾은 우회로가 이 마을을 지나는 비포장길이었던 것. 워낙 이곳을 많이 스쳐 지나가서인지 정이 옴팍 들었다고 할까. 비록 터 잡고 살지는 못하더라도 산과 숲, 맛집과 미술관 등 마을 전체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어 몇 번을 들렀다. 4월 2일, 이번에는 수도원, 그리고 샛강과 북한강변을 둘러봤다.



먼저 찾은 곳은 콜베 마을 프란체스코 성모 기사회 수도원.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이라고도 한다. 종교는 없지만 산사나 천주교 성지, 수도원을 즐겨 찾는다. 어디든 걷기 좋은 오솔길이 있어서다. 깊은 산중의 고요와 맑은 공기, 정갈하고 성스러운 종교적 기품 역시 발길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곳 역시 딱 그런 곳이다. 메타세쿼이아가 기품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입구 오르막을 오르면 나지막한 산자락 아래로 난 '십자가의 길'이 순례자를 맞이한다. 이어 잣나무 숲이다. 아는 이도 없고 찾는 이도 없어 꽃잎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하다. 적막을 깰까 봐 산들바람도 숨을 죽이는 듯하다. 전체를 찬찬히 둘러보는 데는 30분 정도 걸린다. 수도원의 대문은 항상 열려 있다. 언제든 누구나 와서 기도하고 산책하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어 북한강과 연결되는 문호리 샛강으로 향했다. 큰 길보다 조붓한 오솔길이 더 걸음이 당기듯 샛강은 다소곳한 안온함을 안겨준다. 낚싯대 드리우고 한나절 머물렀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아름다운 곳이다. 강변이라고 버드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매화나무를 끝없이 심어 놓았다. 주변은 고급 전원주택 단지다. 카페도 두 곳 있다. 북한강변에 다다르면 시야가 트이면서 햇살이 쨍쨍하다. 물가가 다 그러하지만 강변은 그늘이 없다. 그러나 도시인에게 부족하기 마련인 비타민 D 보충을 위한 깊은 뜻이라 여기고 문호리 생태다리에서부터 유서 깊은 문호리 나루터까지 편도 1.8km를 왕복 걸음했다. 약 4km에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문호 생태다리. 이 다리를 찾기 어려우면 문호리 나루터에서 양수리 방향으로 내려오면 된다.
문호리(무내미) 나루터


문인과 예술가 들이 많이 살고 있어 나름 민도가 높아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하는 문호리. 그 속살이 궁금하지 않은가. 맛집과 카페를 비롯 볼거리도 풍성하다. 문호리 팥죽, 서종 대왕 낙지, 사각하늘, 테라로사, 갤러리 '서종', 잔아 미술관, 리버마켓(River Market), 구 하우스(Koo House)와 최근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더 마구(The MAGU). 가까이로는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과 서후리 숲이 있다. 아쉬운 건 '동네'를 뛰어넘어 글로벌 수준이라고 했던 '서종 동네 음악회'가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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