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푹하고 꽃 피니 참 좋다. 모처럼 대기 상태도 깨끗하다. 이런 날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계절에 대한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4월 7일, 벚꽃이 절정인 과천 서울대공원의 호숫가 둘레길 2.8km를 한 시간 남짓 걸었다.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청계산을 배경으로, 하얀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호숫길을 걷는 맛이란! 고개를 뒤로 젖혀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 하늘에 마치 눈이 펑펑 쏟아지는 듯했고, 줄지어 선 벚나무는 가지마다 눈꽃을 매단 듯했다.
이 지고지순한 하양과 파랑. 원색이 이토록 순결하면서도 화려하고 강렬한 색인 줄 미처 몰랐다. 이따금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은 또 얼마나 운치를 더해 주던지.
벚꽃 필 무렵, 과천 서울대공원 호수 둘레길은 여느 호수처럼 출렁다리는 없지만, 출렁다리 그 이상으로 감성을 출렁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