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도 안되고 흠 많은 사람들이
기를 써서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우선 이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서 어쩌고저쩌고다.
한편 물러나는 사람들은 퇴임의 변으로
'대과(大過) 없이 직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둥
'대과'라는 말을 경쟁적으로 한다.
공(功)을 만들었어야 할 자리에서 대과 없이 일한 게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애초 함량 미달인 인물이 공직에 오른 그 자체만으로도
대과 중에 대과인데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어이 상실이다.
아무튼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인물들이
나라 일을 대과 없이 마쳐서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고 신영복 교수의 책 <강의>에 나오는 글이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기 역량보다
조금 모자라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
그 자리가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
30 정도 여유가 바로 창조적,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자기도 파괴되고, 그 자리도 파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높은 자리를 꿰차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왜 사람들이 넘봐선 안 될 자리를 탐할까.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부터 쭉 그래왔다.
삼고초려라는 말은 들어본 지 오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정서인 양보와 사양과 겸양의 미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중국 양(梁) 나라의 도홍경(陶弘景456 -536).
만 권의 책을 읽고 글씨에도 능하였으며
바둑과 거문고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관직을 버리고 오랜 세월 세상은 멀리한 채
깊은 구곡산에 은거하고 있던 중
어느 날 임금의 부름을 받았다.
그 앞에 펼쳐진 임금의 조서는 단 다섯 자.
山中何所有(산중하소유)다.
산속에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그대가 그토록 나오질 않는가,라는 뜻이다.
도홍경은 이렇게 답했다.
山中何所有
嶺上多白雲
只可自怡悅
不堪持贈君
산중에 무엇이 있는가 물으시는데
산마루에는 흰 구름만이 가득하여
홀로 좋아하며 즐길 뿐
님에게 보내드리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오
말로만 국민과 나라를 내세우며
오로지 일신의 영달과 입신양명 만을 추구하는
일부 정치인과 공직자 들에게 묻고 싶다.
궁중하소유(宮中何所有)? 관중하소유(官中何所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