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와쿠와 마츠리를 통한 관찰
메이와쿠
폐를 끼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문화는 일본의 독특한 집단주의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은 무사들에 의해 일반 백성들이 오랜 기간 지배를 당해왔으며,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무의식 깊은 곳에서 뿌리깊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문화가 생겨났다. 또한 지진과 해일, 태풍 등 자연재해로 결코 안전할 수 없는 지정학적 영향으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라는 말처럼 일본인들에게 집단으로 존재할 때 비로소 안전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일본인에게 전체적인 조화와 집단의 단결을 강조하는 와(和) 문화가 형성된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는 일종의 공중도덕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지양하는 특수한 개념이 추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린시절부터 부모에게서 철저하게 이러한 교육을 받고 행동하고 사고함으로써, 이는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적인 부분에 관계없이 일본인 전체가 공유하는 당연한 문화와 집단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일본을 처음 갔을 때 엄숙하고 불편한 문화가 굉장히 많았다. 유학생 신분으로 학교에서 일본어 수업을 받을 때에도 교사들은 굉장히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에 대해 교육을 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이러한 규율을 잘 따르지 않을 때에는 엄하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일본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본문화의 전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일본인에게 중요한 행동원리이자 메이와쿠 지양문화를 통해 개인의 물리적, 정신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와 지정학적 영향
과거 일본인들은 자신이 있는 곳을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왜 자신의 고향을 잘 벗어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한동안 가져왔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성인이 되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대도시로 이주하는 경우는 있을테지만 한번 정착을 한 후에는 쉽게 자신의 주거지를 옮기지 않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작은 국가 형태속에서 살아온 역사적 DNA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사 계급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온 시대에서는 자신이 자라온 곳을 떠나는 일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방 소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수도권 등지로 삶의 터전을 찾아 이주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우리들에게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 아니었을까? 일본과 달리 한반도는 무수한 외부의 침략과 전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DNA가 많이 없는 듯하다. 한 곳에 오래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남에 대한 배려, 존중이다. 일본과 한국의 대조적인 역사적 DNA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를 조금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츠리
마츠리의 어원은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곳까지 오는 것을 환대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본은 예로부터 마을의 축제를 통해 화합과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마츠리가 있다. 축제를 통해 결속과 화합을 다져 무리에서 이탈을 막는 도구로서도 작용한다. 이러한 축제에 융합하지 못하는 사람은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마을과 관계가 끊기는 ‘무라하치부’ 라는 따돌림을 당한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통해 참여하고 자신의 몫을 해내는 형태로 집단의식이 작용하는 것이다.
고대 일본의 축제의 원형은 주로 신령 등에 제사를 지내는 의례적 성격으로 고대부터 집단을 형성하며 권력가들은 제의를 통해 자연과 신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낌과 동시에 신성함과 경의를 표하며 이를 통하여 군중을 지배하였다. 이러한 형태는 근대로 넘어오며 전후 폐허가 된 일본을 부흥시키기 위한 시도로 상공회의소의 주도하에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서 제작에서 비용까지 모금할 뿐만 아니라 홍보활동과 같은 자원봉사 활동까지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엄격함과 어울림
일본의 주택가를 걷다 보면 저녁에 활기를 띄는 한국과 달리 고요한 느낌을 받는다. 때로는 답답할 정도로 집집마다 창문의 커튼을 닫고 생활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또한 일상 생활에서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자전거는 지정된 주차구역에 주차비를 지불해야 하며, 헬스장이나 지하철, 버스, 학교 등에서도 지켜야할 규칙이 많이 존재한다. 처음 이를 접하면 불편함과 답답함이 많이 들지만 익숙해질수록 규칙을 지킴으로써 모두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답답할 정도의 많은 규칙들은 어린시절부터 일본인들이 학습해왔고, 역사적인 DNA로부터 내려온 것이다. 이러한 엄한 규율 속에서 살아가지만 축제기간에는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일본인의 행동구조를 살펴볼 수 있었다.
결론
일본인의 ‘메이와쿠’, ‘마츠리’라는 다소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화를 통해 일본인의 행동원리와 의식구조를 살펴보았다. 오랜 시간 무사계급에 의한 지배로 인해 새겨진 DNA, 그리고 자연재해,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독자적인 문화와 관습이 뿌리내릴 수 있었다. 일본의 집단주의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들이 만든 둘레였다. 이러한 것들이 일본 고유의 와(和)문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