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병원방문을 했다!
금쪽같은 주말오전에 동네 정형외과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언제부턴가 왼쪽 어깨에서 부터 목덜미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머리까지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이 일로 집에서 물리치료기로 한 달 정도는 자가치료를 했었다. 직장인이 병원 갈 형편이 어려우니 웬만한 건강관리는 자가로 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여느 때 같으면 몇 번만 자가치료를 해도 좋아지는데 이번엔 낫지 않았다. 나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한의원에 주말마다 세 번 정도는 가서 침, 뜸, 물리치료를 받았다. 한의원을 다녀오고 2~3일 정도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나는 턱관절에 문제가 있는 걸까? 잇몸까지 아프니 치과로 가서 평일 야간치료를 서너 번 받았던 것 같다. 엑스레이와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본 결과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염증성 질환이라고 하여 소염진통제 약만 처방받았으나 이 또한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하여 내가 제일 기피하는 정형외과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이다.
X-ray와 CT촬영을 하고서 의사가 문진을 했다. 우선 어깨에 석회가 보이는데 초기여서 심각하진 않다고 했다. 다른 뼈나 목디스크, 턱관절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어깨에 석회가 생긴 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과도한 운동을 했는가? 아니다. 나는 소극적으로 걷는 운동밖엔 하지 않는다. 들째, 최근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가 있었는가? 맞다. 나는 스트레스를 친구처럼 항상 달고 살아간다. 셋째, 여느 때보다 해결되지 않은 스트레스로 잠을 설치거나 한 적이 언제부터 지속되었는가? 언제부터냐고?
생각을 더듬어 가슬러 올라가 보니 지난 24년 12월 초순부터였다. 일단 잠을 설친 건 잠자리에 들었다가 카카오톡으로 지인들로부터 계엄선포 이야기를 듣고 나는 잠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무슨 날벼락이야!!
내일 우리 아들 제대하는 날인데....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마음이 불안초조했고 계속 지켜보는 생방송중계가 뇌리에 필름처럼 박혀서 그 후로 우리 가족은 번갈아가며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운 지가 벌써 석 달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 12월 초순부터라고 했더니 의사는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라고 하면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가벼운 스트레스도 장기간 해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끌어안고 있으면 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주사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석회를 부서뜨리는 주사 차료를 받으니 어깨를 비롯해 머리 뒷덜미까지 얼얼한 느낌이다.
아침에 갔던 병원에서 집에 돌아오니 오후 2시다. 점심식사를 하고 쉬려고 자리에 누우니 봄볕이 화창하게 창밖으로 비치는 게 아닌가! 나는 억울했다. 옆에선 그래도 한숨 자면서 휴식을 취하라고 권하는데 나는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20분 정도 걸어서 광교호수로 갔다. 따스한 봄햇살에 쏟아져 나온 인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나는 나오길 잘했다 생각하며 한 바퀴 돌고 나니 16,000걸음을 찍었다. 집에 오는 길엔 졸리고 어깨도 마취가 깨는지 시릿하고 피곤이 몰려왔다. 하지만 8000보는 족히 걸어야 집에 도착한다. 몽롱한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는데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야, 너 광화문에 나오니? 오늘 나도 나가는데 거기서 만날까?"
"흐흣, 난 오늘 집에서 쉬려고. 어깨에 석회치료를 받았거든!"
"어머, 너 그거 받았어? 나도 한 2주 전에 받았는데 그날은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쉬기만 했어. 너도 얼른 들어가서 아무 일 하지 말고 쉬어."
친구도 같은 치료를 받았다니 동병상련이었다. 나는 친구랑 통화하며 걷는 바람에 8000보를 후딱 해치우고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나의 반려자, 남편과 아들이 저녁상을 차리고 있다. 남편은 지친 내 얼굴을 보며 약간 화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아픈 사람 맞아? 병원에 다녀왔으면 집에서 쉬던가, 답답했으면 가까운 곳에서 산책 좀 하다 들어올 일이지... 쯧쯧"
그러고 보니 3시간 가까이 밖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여전히 남편과 아들은 뉴스 시청을 한다. 나는 게엄과 탄핵스트레스가 어깨통증의 원인제공을 하는데 70% 정도는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면서 우리 당분간 뉴스를 접하지 않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남편은 대답했다. 그러고 싶지만 지금은 또한 탄핵선고를 앞둔 중요한 시기가 아니냔 것이다.
남편도 며칠 전 고관절통증으로 한의원에 다녀왔다고 했다.
갱년기를 지내고 있는 우리 부부 같은 국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건강관리는커녕 정치지도자에 의해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로 노화를 가중시키다니....
헌법재판관님들의 연령도 우리와 거의 같을 터인데 시간을 끌어봐야 득 보단 실이 더 많지 않겠는가!
이것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전망도 하지 말고 공명정대하게 펙트에 입각해서만 대통령탄핵선고를 하루빨리해주어야 할 이유이다.
제발 헌법재판소만큼은 대다수 국민들(어용국민제외)의 기대를 꺾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