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사랑어머니모임
문학가 빅토르 위고가 말했듯이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간다. 물론 여자가 반드시 약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으나 어머니의 강인함을 강조하고 싶은 거다.
나의 첫째 자녀가 초등학교를 갓 입학하고 교통지도를 하는 어머니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의 이름이 "녹색어머니회"였다. 2008년 당시는 각반별로 녹색어머니를 소집하여 학기 내내 등하교 시 학교 앞 횡단보드에서 어머니들이 제복 위에 연두색 조끼를 걸치고 교통지도를 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들이 등교하는 날은 어김없이 교통지도가 빠질 수 없었다. 이것이 어머니들이 자녀의 안전을 지키는 최고의 행위였으리라.
초등저학년 녹색어머니들은 자녀와 등교하여 교통지도를 한 뒤 학교 앞 카페에 앉아 차마시며 아이들이 하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학굣길 교통지도까지 마친 후 아이들과 함께 귀가하곤 했다.
그렇게 친해진 어머니들이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녹색어머니회를 유지해 나갔다. 지금은 자녀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자녀도 있고 아직 군대 다녀와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도 있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15년 동안 변함없이 녹색사랑어머니들이 되어 <녹사모> 조직원이 되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탈퇴한 어머니들도 있지만 10명의 뜻이 맞는 어머니들은 죽을 때까지 친구가 되자고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월 1회의 모임에서 지금은 짝수달에만 모임을 갖고 있지만 첫아이들과 첫 경험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만남은 특별한 건 없어도 서로에게 위로와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녹사모와 함께하면 가볍게 날려진다. 열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드세기가 두 번째라면 서운할 법했던 기 센 어머니들이 이제는 한풀 꺾인 모습으로 노후를 염려하는 나이가 되었다. 아등바등할 시기를 넘어 이젠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을 누려보자고 한다. 12월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모임인 송년회다. 총무님의 센스로 어머니들에게 송년 선물이 건네졌다. 그리 값비싸지 않은 잠옷인데 선물가방을 받으니 모두들 싱글벙글이다. 송년회 식사는 근사한 일식 레스토랑에서 했다. 넉넉한 큰방과 품위 있는 코스요리로 송년모임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대접받는 느낌으로 모임에 초대되니 비록 각자 회비로 충당되는 것이긴 하지만 충분한 힐링이 된다.
모임의 왕언니는 연세가 많으시다. 늦은 나이에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자녀를 위해 최선의 헌신을 다하고 계신다. 흐트러짐 없는 제복차림으로 지각 한번 없이 교통지도 자리를 지켜주셨고 다른 어머니가 못 나오면 그 빈자리까지도 언제든지 채워주시던 부지런하시고 성실하신 언니다. 따라서 녹사모의 회장은 왕언니의 몫이다. 언니는 배려의 왕이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이다.
자녀의 안전과 지구의 안전을 위해 녹색을 사랑하는 어머니회, 녹사모가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자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