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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May 28. 2023

동백꽃

산책로에서 동백꽃을 보았다

저녁에 산책하는 습관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상 차리고 출근준비하고 일터에서 종일 일하다 퇴근 후 저녁 7~8시쯤, 늦으면 8~9시쯤 나는 동네길을 산책하곤 한다.

걷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밤샘 작업에 과로에 과량의 커피 섭취로 인해 고혈압과 고지혈증 경계선 진단을 받으면부터다. 운동하지 않으면 제 명을 다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결심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던지라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 난감했다. 처음엔 아들과 배드민턴을 하기로 했다. 2~3개월 주 1~2회로 꾸준히 하니 몸이 한결 가뿐해지는 느낌이었다. 잠도 잘 오고 스포츠 음료를 마시니 자연스럽게 커피도 줄이게 되었다. 역시 운동은 살아가는데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확신을 하면서 두어 달 동안 행복했었다.

  그런데 필수과목인 운동은 채 3개월이 안되어 끝나버리고 말았다. 아들과 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을 맞추지 못했고 체육관에 갈 처지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산책, 즉 걷기 운동이다. 걷기 운동은 가능한 한 일주일에 3~4일은 실천하려고 몸부림하고 있다. 퇴근 후 저녁시간이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고 실천하기 좋아서 저녁산책을 하기 시작한 건 4~5년 정도 전부터다.


산책길에서 얻는 정보도 재미가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친구와 온갖 수다를 하며 걷는 사람들, 부부가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걷는 이들, 어린 자녀와 부부 온 가족이 함께 나온 사람들...

학교를 둘러싼 산책로를 걷다가 학교 안에서 들려오는 콘서트나 행사장 소리를 듣고 찾아가 보기도 한다. 오늘처럼 초등학교 담벼락에 달라붙은 동백꽃을 발견하기도 하고 게시판에 붙은 동네 소식을 읽을 때도 있다. 운동한다더니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정보는 멈춰 서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네길을 열 바퀴 정도 돌다 보면 저절로 눈에 찍히게 되는 정보들이다. 매일 걸었던 산책길인데 무심코 지나쳤었나 보다. 오늘따라 학굣길에 늘어선 동백꽃이 새로워 보인다.

"어라, 여기에 동백꽃이 있었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처럼 자주 보아야 새로운 것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동백꽃을 보노라니...

남쪽지방에서나 흔하다는 꽃이 여기저기 풍성하게 늘어진 걸 보니 내가 남쪽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조금만 걸으면 바닷바람과 비린내가 풍기는 부산 자갈치시장이고 또 조금만 더 걸으면 남포동이다.

마당 있는 집마다 동백꽃 한 그루쯤은 있는 듯싶다.

빨간색 동백은 마치 억울한 영령들의 핏발이 서린 것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왠지 슬픔을 자아내는 것 같다. 분홍 동백은 약간 촌스러운 듯 아름답고 하얀 동백은 고고한 아름다움이 있다. 동백꽃을 보며 걷노라니 봄의 욕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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