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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Nov 26. 2023

나 어떻게 살아요?

내가 무너져가요

어느 날 문득

부모가 없는 아이를 만났다. 그는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청소년이 되어 쉼터로 들어왔다. 성격이 쾌활하고 명랑한 아이였으나 그의 신상정보엔 보호자란에 "무연고"라고 적혀있었다.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짠하고 가여웠다. 하지만 해맑게 웃으며 애교스러운 아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시무룩한 얼굴로 찾아와서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나는 기대에 찬 모습으로 무슨 이야기든 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그만 눈물을 터뜨리며 "선생님,  저 앞으로 어떻게 살아요?"라고 뜬금없이 물었다. 나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왜 그러느냐고 되물었다. 아이는 말했다. "저는요. 보육원에 있을 때에도 쉼터에서 지낼 때도 꿈이 있었거든요. 내가 크면 성공해서 반드시 엄마아빠를 찾을 거라는 꿈이요."

"그건 좋은 꿈인데 울긴 왜 우니?"

"그런데요. 보육원 원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엄마아빠를 찾을 수가 없대요."

"왜 찾을 수 없다는 거니?"

"엄마가 미혼모인데 나를 낳아서 병원에 버리고 도망쳤대요. 그리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고 누군지 알 수가 없대요."



자포자기 상태

자기를 낳아준 부모기 누군지 애타게 그리워했던 아이는 이제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더는 그리워하거나 기대할 이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이는 창백하고 파리 한 얼굴로 찾아와서는 털썩 주저앉으며 힘없이 내뱉었다.

"선생님, 저는 이제 살아갈 이유가 없어요. 더는 못살겠어요! 저 어떻게 해요?"

아이의 팔과 목덜미엔 긁힌 자국이 수십 군데였고 긁힌 자국에 아직 피가 마르지 않은 채로 자신은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자해를 하면 아파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마음이 더 아파서 이 상처가 아픈 것은 느낄 수 없어요!"

이런 아이를 보살피다 보면 아이가 안쓰러우면서도 아이를 향한 짜증이 올라온다. 

"작작하라고!! 너만 아픈 거 아니야. 모두가 아프다고! 그래도 살아간다고! 살아야 하니까! 자해한다고 아픈 마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한껏 짜증을 뿜어대다가 아이를 품에 안고 둘이 서로 흐느껴 울었다. 답이 없는 세상에 문제만 안고 태어난 인간처럼 문제해결을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무너져간다는 아이는 자기 삶에 대한 자포자기 상태였다.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나?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내 자식에겐 "너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지!!"라고 훈계하고 가르치고 간섭했었는데 이 아이에겐 무얼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몰랐다.

"나 이제 어떻게 살아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어떤 대답이 그에게 정답이 될까? 어떤 대답을 해야 그가 자기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살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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