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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Sep 09. 2024

돌봄 생태계

고양이와 함께 사는 어르신

"야옹아, 밥 묵어라!"

"밥생각 없다. 야옹!"

"아파도 묵어야 살제. 니 새끼덜도 있잖애"

금례할머니는 고양이 머리를 쓸어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금례할머니의 말동부는 3년 전 금례할머니 집으로 들어온 길고양이가 유일하다. 금례할머니는 3년 전 요양보호사와 말다툼을 심하게 한 후 서울 사는 아들이 자신의 집으로 모셔가는 바람에 6개월 정도 집을 비운 적이 있다. 금례할머니는 아들집에서 지내면서도 "뭐니 뭐니 혀도 내 집이 최고지!"라며 당신 집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셨다. 6개월쯤 되었을 때 금례할머니는 아들에게 당신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요양보호사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냐고 물었다. 

"당연시 그려야제. 하믄 그러고 말고..."

금례할머니는 이제 요양보호사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내겠다고 아들과 약속한 후 당신 집으로 내려왔다.




 금례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주인 없는 집에 새 주인이 이사와 살고 있었다. 그 새 주인이 바로 검정줄무늬와 흰 줄무늬가 섞여있는 야옹이였다. 야옹이는 당시 길고양이였는데 누구와 눈이 맞았는지 금례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해산날이 임박해 보이는 만삭의 몸이었다. 금례할머니는 처음엔 주인 없는 집에서 지내는 야옹이가 얄미워서 쫓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야옹이 배가 만삭인 걸 보더니 아침저녁으로 먹을 것을 챙겨주고 야옹이가 해산할 집도 마련해 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물론 야옹이에게 베푸는 금례할머니의 호의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금례할머니를 보살피는 요양보호사도 자신의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기 위해 온 정성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금례할머니가 요구하는 건 뭐든지 마다하지 않고 척척 해드렸다. 금례할머니는 서울 갔다 온 뒤로 점점 요양보호사인 순애와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의 요구를 군소리 없이 척척 해결해 주는 순애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요양사 슨상님여, 이거이 몇 푼 안 되지만 내 성의니께 받아주시오"

금례할머니는 꼬깃꼬깃한 종이돈 만원을 순애 손에 잡혀주었다.

"이것이 뭣이래요? 에구 어르신 이러시면 안돼요!"

"내 한 몸 돌봐주기도 고단헐틴디 고양이까지 돌봐달라혔으니 이건 추가 수당이라 생각하시오!"

"그래도 이런 거 받으면 큰일 나요. 어르신 이런 거 안 주셔도 괜찮아요."

"아이고, 그러믄 나가 앞으로 뭔 부탁을 못하제. 적은 것이라 그러믄 나가 좀더 얹어줄랑게 꼭 넣어두시오"

만 원짜리 한 장 때문에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순애가 항복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금례할머니집에 짐을 푼 야옹이는 금례할머니와 만난 지 사흘째 되는 날 귀여운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다.

어미를 닮은 줄무늬가 있는 새끼가 세 마리나 되었고, 흰고양이 한 마리, 검정고양이 한 마리, 누렁고양이 한 마리가 어미 가랑이 사이에서 꼬물거렸다. 금례할머니는 오래간만에 경사 났다며 당신이 먹던 생선반찬이며 마른밥을 우유에 말아서 어미고양이에게 갖다 주었다.  

"야옹아, 새끼들한테 젖 물리려면 이것 묵고 기운내거라"

어미고양이는 연신 새끼들을 혓바닥으로 핥아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미의 혓바닥으로 목욕한 새끼들의 털이 반짝이며 윤이 났다. 새끼들은 눈도 잘 뜨지 못한 상태로 젖을 빨며 어미고양이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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