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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Jul 09. 2024

오랜만에 연극관람을 하다

친정 엄마와 2박 3일

 <친정엄마와 2박 3일>이라는 연극을 보게 되었다.

80대 친정엄마와 50 중반의 딸이 등장하는 우리나라 586세대들이나 공감할 법한 연극이었다.

나는 어느덧 686세대가 된 두 언니들과 30대 MZ세대인 언니 딸과 함께 관람했다. 이 연극은 사실 MZ세대인 언니 딸, 그러니까 나에겐 조카가 연극표를 예매해 주었다. 제목만 보니 조카가 보기에 "외할머니와 자신의 엄마"이야기 같기도 해서 연극표를 예매하게 되었단다.

 친정엄마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더라면 삼세대가 함께 연극을 상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친정엄마는 연극 보는 날을 까마득히 잊으시고는 시골로 내려가셔서 함께 하지 못했다. 친정엄마를 대신해서 딸들이 호사를 누렸다. 조카가 외할머니와 자신의 엄마를 위해 특별히 R석을 예매하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더운 날 시원한 문화예술회관에서 연극을 상영하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게 된 셈이다.


관객의 짐작을 반전시키는 스토리가 나름 신선했다. 딸을 끔찍이 아끼는 친정엄마에게 항상 바쁘다며 가까이할 수 없던 딸이 2박 3일이나 친정에서 머물렀다. 내심으로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딸이 엄마와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딸을 하늘나라에 먼저 떠나보낸 친정엄마의 아파하는 모습을 대하며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란 참 미묘함을 많이 느낀다. 엄마는 딸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되새기게 되고 딸은 엄마의 모습을 보며 미래의 자신을 예측하기도 한다. 나에게도 친정엄마가 계시다. 엄마를 통해 정다움을 느끼다가도 때때로 티격태격할 때가 많다. 엄마와 딸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연극을 보는 내내 '있는 모습 그대로, 있을 때 잘하며 지내자'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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