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떠올렸다. 부대 속에 자리 잡은 구시대의 뼈저린 부조리들. 착취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빌어먹을 월급. 찬란한 20대 시절을 남자란 이유로 낭비해버린 참을 수 없는 울분 따위들.
수많은 전역자들이 지났을 이 길을 거닐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헛웃음이 나오게도 말이다. 고통의 순간을 그렇게 머저리 같이 망각해버린 것이다.
이 곳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이야기들도 어떤 이름 모를 전설처럼 구전 되어 오다 곧바로 잊혀질 것이다. 그런 것도 이젠 아무런 미련이 없다.
저 멀리서 나지막하게 나팔 소리가 들려온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때의 환멸 가득 찬 가래침 칼칼하게 뱉고 나서. 나는 경건한 심장으로 거수경례를 한다.
이제 곧 조용해지리라. 어떤 일도 없었던 것처럼...
-2015년 3월 2일. 75사단 병장 만기 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