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위의 묵시록 -4-

by 김태광수



그날 저녁, 방 안은 이상할 만큼 밝았다.
형광등이 깜박이며 벽의 곰팡이를 희게 비추고 있었다.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 밥상 앞에 앉아 국을 식히고 있었다.
화면 속 앵커가 말했다.

“중국에서 ‘태아 캡슐’이 대량 적발되었습니다.”

나는 숟가락을 멈췄다.
앵커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녹음테이프 같았다.
“현장에서 압수된 캡슐은 모두 분말 형태였으며,
성분 분석 결과 태아의 단백질과 뼛조각이 검출되었습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집게가 하얀 캡슐을 들어 올리고,
그것을 절단기에 올렸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터졌다.
그 속에서 희미한 갈색 섬유질이 흩날렸다.
기자가 말했다.
“제조 과정의 위생 상태는 매우 불량했으며,
시체에서 유래한 세균이 다수 검출되었습니다.”

밥상 위 김이 솟았다.
국물 위에서 거품이 일었다.
나는 천천히 국을 떠올렸다.
식은 된장국 위로 작은 하얀 알갱이가 떠 있었다.
두부인지, 다른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텔레비전 속 집게가 다시 캡슐을 쪼갰다.
흰 가루가 터지고, 조명이 비추자 먼지처럼 흩날렸다.
그 순간, 화면 위로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카메라 렌즈에 부딪히며 검은 점으로 얼룩졌다.
앵커는 계속 말했다.
“중국 정부는 불법 제조업체를 단속 중이며—”

나는 화면을 끄지 못했다.
파리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화면은 빛을 반사하며 희미하게 떨렸다.
그 불빛이 밥상 위 밥알에 내려앉았다.
밥알은 하얗고, 그 사이로 김이 피어올랐다.
나는 숟가락을 들어 천천히 밥을 씹었다.
부서지는 소리가 TV 속 캡슐이 쪼개지는 소리와 겹쳤다.

혀끝에 희미한 쇠맛이 돌았다.
씹을수록, 그것은 뼛가루가 녹는 맛 같았다.
물을 마셨다.
그러나 텁텁한 맛은 사라지지 않았다.
목구멍 안쪽이 까끌까끌하게 막혔다.
마치 먼지가 달라붙은 것처럼.

아버지가 물었다.
“그게 진짜였단 말이냐.”
“모르겠어요.”
“우리도 먹었을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텔레비전은 여전히 반쯤 켜진 채였다.
음소거된 화면 속에서는 기자가 마스크를 쓰고 공장을 걷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백열등 아래로,
마치 피처럼 붉은 액체가 통 속에서 흔들렸다.
그리고 화면 구석에는 작게 자막이 떠올랐다.
“인간 유래 성분 검출.”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두려움도, 혐오도 아니었다.
그저 이미 알고 있던 일을 확인한 듯한 묘한 안도감.
나는 텔레비전을 껐다.
불이 꺼지자 방 안의 공기가 눅눅하게 내려앉았다.

냉장고가 웅웅거렸다.
그 진동이 바닥을 타고 몸으로 전해졌다.
하수구 냄새가 다시 스며들었다.
곰팡이 냄새와 밥 냄새가 섞였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걸 먹고 있었던 게 아닐까.
다만, 이제야 그 이름을 알게 되었을 뿐.


(계속...)


다음 마지막화는 11시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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