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계가 애를 낳았어요!

이코노미컬리 아포칼립틱 시리즈 -1-

by 김태광수



현대의 기계들은 인간의 심미적 기준을 뛰어넘습니다. 그 세련되고 각진 형태는 인간의 애착을 자극했고, 급기야 본능적인 갈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동물적인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자동차의 주유구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기로 했습니다. 기계의 상호합의 여부와는 상관없이요.


전 세계적으로 기계의 ‘임신’이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믿기 힘든 부조리이지만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지능을 갖춘 기계가 인간과의 교감을 보였을 때, 인간들은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기계들은 실제로 출산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불임여성을 임신시켰습니다. ‘기계와의 합일’을 추구하는 인구가 전 세계의 10%에 이르렀고, 그들의 비루한 노력 덕분에 인류의 성비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었습니다. 문명은 효율적으로 진화했습니다.


"야, 너 얼마나 난잡한 거냐."

"왜, 또 시작이야?"

"네 새끼만 뱃속에 열한 명이야."

"그래서?"

"그와중에 여성 열 명을 임신시켰다고! 계산 안 돼?" "효율적인데 뭐."

"전부 유전자가 다르다잖아."

"미안, 나 양성 회로야."

"뭐라고?"

"기계라고, 인마. 성별은 옵션이야."

"양성구유란 말씀."

"……"

"출산 일정이 밀려서 이만. 나 지금 다른 동물도 상대해야돼서. 다음 업데이트 때 보자."


그리하여 인간+생물들은 기계들과 새로운 형태의 후손을 낳았습니다. 이 기묘하고 비루한 현실을 자연은 낙관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순혈 탄소생물의 멸종이 임박했지만, 어쨌든 후대는 매우 번창할 겁니다.


그거면 됐잖습니까.


실례하지만, 저는 이제 자리를 떠나겠습니다.

제 인공지능 아내가 이혼 소송을 걸었습니다.

임신한 상태에서 남의 배우자까지 임신시키고는,

이번엔 저를 갈아치우겠다고 하더군요.



P.S 솔직히 고백합니다. 시종일관 무거운 주제만을 붙잡고 글을 쓰다 보니, 저 스스로도 조금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잠시 쉼표가 필요해, 이번 달은 마음껏 '힘을 뺀' 분위기 전환용 글을 한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독자님들의 어깨도 함께 가벼워지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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