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컴퓨터 부부생활 - 현대의 프랑켄슈타인

이코노미컬리 아포칼립틱 시리즈 -2-

by 김태광수


테마곡 Powerplant - Grass

별생각이 없었다.

케이스가 없으니 집에 굴러다니던 400만 원짜리 성인용 인형에 컴퓨터 부품을 집어넣었을 뿐이다.

그래도 애지중지하던 인형이니 손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갔다.

배를 여는 건 차마 못 하겠어서 등 쪽을 살짝 열고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등을 끼워 넣었다.

USB 단자와 쿨러가 노출될 부분만 정교하게 잘라내고, 입에는 전원 플러그가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어차피 평소엔 얼굴을 볼 일도 거의 없으니까.

아끼는 인형을 개조하는 과정은 은근히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잠깐만 참아라.

금방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마.


문제는 전원 방식이었다. 그러다 하나 떠올랐다.

사용자 ‘접속’과 전원을 동시에 켜는 방식. 이 컴퓨터로 하는 일이 대부분 혼자 즐기는 콘텐츠들이니, 인증과 기동을 한 번에 묶어버리는 셈이다.

사용자 중심 설계라고 해야 할까. 곧바로 작업을 끝냈다.

마침내 완성됐다. 이 미래지향적 컴퓨터 와이프가. 등 뒤로 케이블이 촘촘히 이어진 모습은 묘하게 사이버펑크적이고, 신호를 받기 위해 의자 아래에서 취한 자세는 어떤 의미에서는 ‘맞춤형 단말기’ 같은 느낌이었다.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었다. 이제 첫 부팅이다.


사용자 인증과 접속을 동시에 수행하고— 다음날 아침. 뉴스는 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

리얼돌을 컴퓨터 케이스로 개조했다가 접속 과정에서 감전되어 특정 부위에 중상을 입은 남성이 등장한 것이다.


"자랑스럽다! 대한민국의 건아 XXX. 202X년 다윈상 수상 쾌거! "

"대한민국. 이로써 2명의 다윈상 수상자 보유 국가 돼..."


국제 상을 받은 거니 어쨌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요 방송국들은 해외에 위풍당당하게 국위선양한 머저리의 얼굴을 일제히 카메라에 담았다.

주요 방송국은 그의 얼굴을 모자이크한 채 인터뷰를 시도했다.


“수상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고 당시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현재 몸 상태는 괜찮으신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열이 받았는지, 그는 손을 내저으며 도망치기 바빴다.


“이봐 정관수술은 두블럭아래라고."

"와.비뇨기과 문닫겠네."

ㄴ"문전성시겠지..."


이 비극적인 소식에 4cxan이나 디x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한결같이 조롱 댓글만 달릴 뿐이었다.


이리하여 현대판 프랑켄슈타인의 소동은 막을 내렸다.

그래도 원작처럼 머리에 못이 박힌 건 아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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